보고펀드 비씨카드 인수 'KT변수'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9.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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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지분인수 타진, 경영권 확보 비용 커질 듯

보고펀드의 비씨카드 경영권 확보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KT가 비씨카드 지분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양측 사이의 지분매입 경쟁으로 비씨카드 주식 가치는 크게 오를 전망이어서 보고펀드의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됐다.

◇보고펀드, 가격 부담 커져=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우리은행, 신한카드 등 비씨카드 지분을 보유한 주요 금융회사에 지분매입 의사를 타진했다. 현재 우리은행과 신한카드의 비씨카드 지분율은 각각 27.65%와 14.85%다. 이외에도 농협과 기업은행, 국민은행에서 각각 4.95%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앞서 보고펀드는 지난 8월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이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 30.68%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보고펀드가 비씨카드 경영권 확보를 위해 추가 지분 확대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KT가 비씨카드 지분 인수에 뛰어들자 비씨카드의 주식 가치가 향후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회원사들이 보유한 주식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만큼 상당 액수의 프리미엄이 요구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8월 보고펀드가 SC제일은행과 하나은행으로부터 비씨카드 지분을 인수하면서 지불한 주당 인수가격은 14만4000원 수준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금 보유량이 상당한 KT가 비씨카드 지분 인수에 뛰어들면서 보고펀드의 부담이 커졌다"며 "기존 회원사들은 보고펀드와의 가격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권 거부감도 상당= 외부투자자에 대한 기존 회원사의 정서적 거부감도 보고펀드가 넘어야 할 벽이다. 비씨카드는 은행들의 카드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일종의 협의체로 회원 은행에게 가맹점망을 제공하고 결제프로세싱 업무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보고펀드가 영향력 있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비금융권 업체에 금융권이 휘둘릴 수 있다는 거부감이 상당한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보고펀드가 비씨카드 최대주주가 됐으나 경영권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도 일단 그대로 보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은행권에서 카드사업을 하기 위해선 비씨카드가 구축해 놓은 가맹점 망과 결제프로세싱 서비스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데, 외부투자자가 비씨카드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사용수수료 협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보고펀드의 향후 지분인수가 쉽지 않은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KT로부터 제안은 들어왔지만 아직까지 매각을 신중히 검토하진 않았다"며 "다만 지분가치가 크게 오를 경우 일부 매각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KT와 보고펀드 어느 한쪽으로도 힘이 쏠리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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