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인수전 "외국계 자본 주의보"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9.09.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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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재무적투자자일 경우 시너지 없이 기업고통만 더할 수 있어

대우건설을 인수할 기업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29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이날 대우건설 매각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결과 외국계투자자와 국내 투자자 1~2곳을 포함, 6개 안팎의 기업이 서류를 제출했다.

외국계 투자자로는 미국계 엔지니어링 회사인 벡텔과 파슨스, 미국계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콜버그크라비스로버트(KKR), 유럽계 사모펀드 퍼미라, 사우디아라비아 투자기관 S&C인터내셔널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10월 말까지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인수기업이 어디냐에 따라 대우건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 엔지니어링기업인 벡텔과 파슨스가 인수할 경우 대우건설은 시공기술에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기술까지 확보할 수 있다. 그만큼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먼저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벡텔, 파슨스와 같은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이 과연 대우건설의 시공능력이 필요할 것이냐는 것은 의문이다. 중국 등 다른 개발도상국 건설사들이 이미 국내 건설사들의 시공기술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거액의 자금을 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할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벡텔과 파슨스의 인수의지가 공격적이지 않다면 국내·외 재무적투자자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재무적투자자들의 인수가 유력하다면 대우건설 입장에서 좋은 상황은 아니다.

우선 재무적투자자는 경영권 확보보다는 '에퀴티 게인'(Equity Gain)을 주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투자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올린 이후에는 다른 기업에 경영권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대우건설의 경영권 불안정 상태가 당분간 지속되는 것도 악재다.

특히 '승자의 저주'로 불릴 정도로 대형 인수합병(M&A)이 실패하는 이유가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융합이 안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재무적투자자가 인수하는 시나리오는 대우건설에 희망적이지는 않다.


인수기업이 어디냐에 따라 정부가 취할 조치들도 많다. 우선 벡텔과 파슨스가 인수할 경우 국내 대형건설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세계적인 시공기술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벡텔이나 파슨스와 같은 엔지니어링 기술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기술적으로 종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거래법 상 국내 '톱티어'(Toptier) 건설사들을 보호하는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만약 인수기업이 재무적투자자라면 무리한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이 없도록 조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경영컨설팅기업인 FMI의 구상욱 대표는 "M&A와 관련된 프라이빗 에퀴티는 유용한 자본일 수도 있지만 피인수기업의 잠재력을 높이지 않고 투자자들의 이익만 보장할 경우 대우건설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며 "대우건설이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강화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위원은 "대우건설 입장에서 최선은 현대건설처럼 산업은행의 지원을 계속 받은 뒤 매각되는 것이며 차선은 자본력이 있는 국내 기업이 경영권을 확보하는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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