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노조 왜 파업하나

머니투데이 장웅조 기자 2009.09.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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使 '체질개선' 필요하다며 타사보다 강한 '삭감' 요구… 勞 반발

한진중공업 (2,635원 ▲35 +1.35%)이 올해 조선업계에서는 유일하게 파업까지 가는 노사간 갈등을 빚고 있다. 다른 조선업체들보다 큰 폭의 비용감축이 필요하다는 사측의 입장에 노조 측이 반발하면서 생긴 결과다.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은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결렬됐다는 이유로 지난 25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부산 영도조선소 조합원 1485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파업은 30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노조원들은 현재 작업을 거부하고 조선소 안에 천막 30개를 친 뒤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의 파업은 올해 조선업계에서는 유일하다시피 한 일이다. 현대중공업 (185,800원 ▲2,500 +1.36%), 삼성중공업 (10,040원 ▼10 -0.10%), 대우조선해양 (31,300원 ▲700 +2.29%), STX조선해양 (0원 %) 등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는 '메이저' 조선업체들은 늦어도 두 달 전까지 모두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진중공업에서만 유독 문제가 불거진 것은 회사측이 다른 조선업체들보다 더 강도가 높은 '고통분담'을 노조 측에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쟁점이 되는 사항은 크게 3가지로, △기본급 삭감 △상여금·격려금 전액 삭감 △휴일과 산재 보상비 축소 등 단체협약 일부 변경을 노조에 요구했다. 최근 조선업계의 시황악화 때문의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요구들은 올해 동종업계의 임단협 수준에 비해 노조 측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중공업, STX조선해양 등은 올해 임단협에서 모두 기본급을 동결하고 작년 수준의 상여금·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바로 이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권용상 한진중공업 노조 사무장은 "올해 조선업 사정 안 좋다는 건 우리도 다 알지만, 다른 조선소가 해 주는 기본적인 부분들은 (우리 회사도)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측이 조선시황 악화를 빌미로 너무 욕심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기본급 동결/인상과 상여금 작년수준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사측은 회사의 경영이 타사보다 더 어렵기 때문에 더 강도 높은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메이저'업체보다 사정이 더 안 좋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아예 '체질개선' 수준의 변화를 일궈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홍보실 관계자는 "최근처럼 선박 가격이 폭락해 원가절감이 시급한 불황기에는 우리처럼 규모가 작은 회사가 더 불리하다"며 "다른 메이저 조선소에 비해 영도조선소 규모가 1/10 정도에 불과해 일감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등 비효율적인 면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단체협약은 국군의 날이나 한글날 등 이미 없어진 공휴일까지 쉬게 하고, 산업재해로 병상에서 쉬는 직원이 일하는 직원보다 봉급을 2배나 많이 받게 규정하는 등 불합리한 점이 많다"며 "모두 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중공업 노사는 협상이 5개월째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모두 '상대방이 교섭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로가 자신들의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화조차 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파업에도 불구하고 작업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회사 측의 전언이다. 홍보실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은 협력업체 직원과 자사 직원의 비율이 7:3인 구조"라며 "4000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직원이 현재 파업으로 인한 공백을 잘 메우고 있어 선박 건조 작업은 평소처럼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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