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만 되면 "빅 딜"...美 M&A의 부활

뉴욕=김준형 특파원·김성휘 기자 2009.09.29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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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제록스 등 발표 잇따라...주말 협상 후 발표 패턴

한동안 사라지다시피했던 대형 인수합병(M&A)가 최근 잇따르면서 미 증시와 관련 기업들을 달구고 있다.
특히 주말을 이용해 최종 협상을 마무리해 월요일날 발표하는 패턴이 잦아지면서 월요일의 'M&A 신드롬'도 일상화되는 모습이다.

◇ 제록스 애버트 등 '굵직 건수' 봇물



월요일인 28일(현지시간) 사무용품 제조업체 제록스는 컴퓨터 서비스 제공업체인 어필리에이티드 컴퓨터서비스(ACS)를 64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가격은 주당 63.11달러로 지난 25일 종가인 47.25달러보다 33.6% 높은 가격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제록스는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매출을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 관리와 자동화에 특화된 ACS의 장점을 흡수해 통합 솔루션 제공업체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제록스는 최근 포장용 디지털 프린팅 부문을 매각하겠다고 밝히는 등 불황 이후 사업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미 제약회사 애버트 래버레토리도 45억유로(66억달러)에 벨기에 화학회사 솔베이의 제약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발표했다.
인수는 모두 현금으로 이뤄지며 솔베이는 2011년과 2013년 사이에 3억유로(4억4190만달러)를 추가로 지급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애버트의 이번 인수는 지난 2000년 69억달러를 지불했던 제약회사 놀 인수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애버트는 벨기에 UCB, 스위스의 니코메드 등과 인수전을 벌였으며, 이번 인수가 성공하면 백신 사업과 이머징 마켓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솔베이의 제약사업은 지난해 27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애버트는 솔베이와 콜레스테롤 치료제 트리콜과 트리리픽스의 판매 제휴를 맺고 있으며, 해당 제품의 2분기 매출액은 3억3600만달러에 달한다.


존슨앤존슨(J&J)도 이날 네델란드 생명공학 회사인 크루셀의 지분 18%를 4억43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발표했다. 양사는 단클론 항체 및 독감 예방 백신을 개발하는 벤처 형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델 컴퓨터는 페로 시스템을 39억달러에 인수하기로 지난주 월요일 발표한바 있다. 디즈니 역시 월요일인 지난달 31일 엔터테인번트 캐릭터업체 마블을 4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식품업체 크래프트 푸즈는 최근 영국의 캐드버리 인수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하자 적대적 인수합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트는 캐드버리의 기업가치를 176억달러로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베이는 스카이프 매각에 나서는 등 굵직한 딜이 잇따라 성사되고 매물도 시장에 나오고 있다.

◇ 이제 회복 시작 단계...증시에도 '선순환' 기대

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2007년 10월 고점 이후 지난 3월까지 반도막 이상으로 폭락했고, 이후에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인수자들로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먹잇감'이 널려 있는 것으로 시장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링크 투자자문의 피터 나노스 사장은 "과거 M&A가 거품에서 비롯됐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훨씬 좋은 조건에 기업 인수가 가능하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M&A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에너지 업종을 비롯, 원자재, 필수 소비재, 보건의료 관련 부문의 인수합병이 가장 활기를 띨 것이라는게 월가의 분석이다.

물론 여전히 M&A 시장은 전성기에 비하면 빈사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상반기 인수합병을 위한 금융시장의 자본조달 실적은 240억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82%나 급감한 상태이다. 3분기 미 증시 전체 M&A 규모도 1000억달러를 밑돌아 사상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타워 투자자문의 커트 라이만 이사는 "시장이 붕괴되지 않고 기업들은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다는 낙관이 커지면서 인수합병 성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6개월 이상 반등세를 이어온 증시는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단기 조정에도 불구, M&A가 활성화되면 증시 재상승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라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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