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 차린 회사, 7년만에 상장 신화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9.09.28 15:50
글자크기

워크아웃으로 직원 60여명과 에리트베이직 창업..1인당 매출 10억 회사로

쫓겨나 차린 회사, 7년만에 상장 신화


"거의 쫓겨나다시피 해서 회사를 차렸어요. 처음엔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언제까지 월급쟁이만 할 수도 없었습니다. 창업 후 죽기 살기로 했어요."

새한의 워크아웃 이후 직원 60여 명을 이끌고 독립해 2002년 종업원 지주회사 '에리트베이직 (2,290원 ▲349 +17.98%)'을 세울 때만 해도 홍종순 대표이사(54,사진)의 머릿속에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새한이 워크 아웃되면서 당시 의류사업이 제일 골치였습니다. 학생복 사업은 대리점을 끼고 있다 보니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았죠. 매각도 추진했지만 사려는 곳이 없었어요. "

결국 당시 의류사업부 본부장(상무)을 겸직하고 있던 홍 대표가 기존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세웠다. 주변에서 모두 창업을 반대할 때 홍 대표를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직원들이었다.



"수 십 년을 동거 동락해 온 직원들이 갈 데가 없어 다른 곳에서 기웃거릴 걸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그래서 제가 회사를 맡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정말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군요. 생명같이 다뤄야하는 게 사업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홍 대표는 창업 7년 만에 에리트베이직을 1인당 매출이 10억 원에 달하는 '알토란' 회사로 키워냈다. 에리트베이직의 2009년 6월 결산기준 매출액은 974억원, 종업원수는 정규직으로 99명이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는 성과도 일궜다.

홍 대표가 현재까지 성공스토리에 만족하지 않고 굳이 상장에 나선 이유는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에리트베이직은 학생복 부문 매출이 전체의 73%에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학생복만 가지고 회사를 성장시키면 5년 내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쟁사는 SK네트웍스(스마트), 대원(아이비클럽) 등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인데 우리는 돈이 없어요. 특히 급여는 오르고 물가 오르면 경비도 계속 오를 텐데 뭔가 새로운 것을 키워야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에리트베이직은 학생복 '엘리트'(elite)의 학생사업본부, 스포츠웨어 '리클라이브'(LIKLIV)의 패션사업본부, '윌비'(WILL BE)의 유니폼사업본부 등 3개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홍 대표가 신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패션'이다.



"신사업을 하려면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학생복으로 번 돈으로 패션에 쓰려니 도저히 간이 떨려서 못하겠더라구요(웃음). 상장하면 간섭도 많고 신경 쓸 일도 많겠지만 기업의 연속성을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언제까지 사업을 할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나갈 것이며 종업원 지주 회사의 체제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홍 대표는 오는 2012년까지 에리트베이직 매출을 1436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국산 스포츠브랜드 리클라이브를 중심으로 패션 사업부의 매출 비중을 현재의 16%에서 2012년 25%까지 확대해 패션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