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분쟁·하자·부도…불안한 '30조'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9.09.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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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건축시장 패러다임을 바꾸자]<상>소규모 업체 난립 '치고 빠지기' 날림 많아

#건축주 A씨는 10년 전 매입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토지를 장기거주 임대호텔로 운영하면 수익이 높다는 조언에 2년 전 건축을 시작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레지던스 오피스텔과 나홀로아파트 등으로 설계변경을 계속했고 이 과정에서 시공사도 잘못 선정, 공사비는 급증하고 급기야 공사도 중단된 상태다.

#서울 소재 대은종합건설은 다른 건설사가 사업수지 분석을 잘못해 중도 포기한 인천 남동구 간석동 소재 조합아파트 건설사업을 인수했다. 이 조합아파트는 이전 시공사가 2006년 착공했지만 2년 여간 공사가 중단됐다가 2008년 말 대은종건이 공사를 재개, 조합원들은 5년 만인 연말에 입주하게 됐다.



#한 수도권 택지지구내 1종 일반주거지역에 땅을 보유하고 있던 김씨는 아파트 입주시점에 맞춰 4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지으려고 했지만 알고 있는 시공사가 없어 중개업소를 찾았다. 중개업소에서 설계업체와 건축업자를 소개받아 공사를 시작했지만 분양이 안돼 공사비 정산 문제를 놓고 다툼 중이다.

이들 사례는 건설강국을 자랑해 온 대한민국에서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 중소건축시장의 난맥상 들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건설사들이 시공하는 중대형 이상 건축시장과는 달리 중소건축시장에서는 피해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중소건축시장에서 피해자가 양산되는 이유는 뭘까.



중소건축시장은 통상 공사비가 100억원 미만 건축시장을 말한다. 나홀로아파트와 오피스 등 소규모 빌딩부터 근린생활시설,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의 신축공사는 물론 공사 중단 사업장, 리모델링 등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시장 규모는 전체 건설시장(2008년 건설투자 150조원)에서 100억원 이상 공사와 공공공사로 발주되는 공사를 제외한 순수 민간건축 물량인 20조~3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중소건축시장 규모가 막대하지만 열악한 시공사, 금융조달 어려움, 설계 질 저하, 준공 후 하자보수 어려움 등이 후진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툭하면 분쟁·하자·부도…불안한 '30조'


시공사의 경우 대부분 소위 '업자'로 불리는 소규모 건설사들이 시장에 난립하면서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공사에 대한 책임도 부족하고 하자보수에 대한 개념도 거의 없다. 공사비, 자재대금, 인·허가 문제 등을 놓고 건축주와 시공사간 분쟁도 끊이지 않는다.


금융조달 어려움도 난맥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근린생활시설, 연립주택 등은 1금융권의 대출 대상이 아니다보니 분양을 기대하고 공사를 진행했다가 분양이 안되면 공사가 중단되기 일쑤다.

나홀로아파트와 오피스 등 소규모 빌딩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설계 질 저하에 따른 획일적인 건축형태도 문제다. 대부분의 건축주들이 설계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꼬리에 꼬리를 이어 같은 설계사를 소개하면서 획일적인 설계가 나오고 있다.

한미파슨스 김규현 전무는 "중소건축시장이 정상화되지 못하면 대규모 공사 중단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 증가하게 된다"며 "건설사업관리(CM), 금융조달, 디자인 개선 등이 선결돼야 하며 무엇보다 발주자가 똑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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