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中企 예산 감액…재정건전성 '희생양'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9.09.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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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예산안]

-중소기업 10% 감액…고용불안 확대 우려
-교육 부문도 1.2% 축소…경쟁력 위축 우려

교육과 중소기업이 내년 예산안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 4대강 사업비와 복지예산을 늘이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축소폭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 지원줄을 끊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방향과 어긋나고 교육지출 축소는 잠재성장률 제고와 상반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소기업 예산 감액→고용불안 확대 우려=기획재정부가 28일 내놓은 '2010년 예산·기금안'에 따르면 내년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 예산은 1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16조2000억원보다 10.9% 감액됐다.



중소기업에 대한 예산이 줄어든 것은 신용보증 및 정책자금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출연금은 1조16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감액됐고 수출보험기금 출연도 31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줄었다.

류성걸 재정부 예산실장은 "신보 기보 수출입은행 수출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 대부분을 중단했다"며 "전체적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면 중소기업 지원은 민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이 사라지면 금융권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끊을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4대강 살리기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복지지출 확대라는 '고래 싸움'에 중소기업이라는 '새우등'이 터진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축소는 중소기업 솎아내기와 관련이 깊다. 허경욱 재정부 차관은 지난 24일 '한국자산운용대표회의'에서 "대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크게 줄였지만 중소기업은 구조조정에서 제외됐다"며 "이제는 중소기업을 단순히 보호할 것이 아니라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차관이 경쟁 촉진 방법으로 제시한 방법이 바로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보증 축소다. 허 차관은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신보와 기보의 보증규모를 위기 직전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퇴출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중소기업은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경제위기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1998년 외환위기 때와는 다른 '조용한 인력감축'이 발생했다.

중소기업 업계에서는 보증규모 축소가 '중소기업 대출 축소→중소기업 퇴출 가속화 '라는 과정을 거쳐 고용불안 확대로 연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재정부 관계자는 "내년에 보증기관에 추가로 출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보증률이 유지될 수 있다"며 "소상공인 지원은 늘리는 등 중소기업 지원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00년 대계' 교육 예산 축소=교육 예산은 산업·중소기업·에너지와 함께 내년 예산에서 유일하게 감액되는 부문이다. 교육 예산은 37조8000억원으로 본예산보다 1.2% 줄었다.

정부는 국세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제외하면 6.4% 증가한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100년 대계'라는 교육부문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는 벗어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2010년 예산안의 재정운용 목표 중 하나가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교육 예산 축소는 이같은 정책 방향과도 상반된다.

그동안 한국의 국가경쟁력에서 '질좋은 노동력'은 강점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9위였지만 고등교육 진학률 1위이나 수학·과학교육 수준 18위 등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계 관계자는 "100년 대계라는 교육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없어지면 한국사회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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