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 상식에서 벗어난 환헤지 '패착'

더벨 이승우 기자 2009.09.28 07:02
글자크기

[감사원 감사결과]파운드화 강세 베팅, 헤지 無→파운드화 초약세

이 기사는 09월25일(18:1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군인공제회가 영국 템즈워터 투자 과정에서 보인 환 리스크 관리는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고 외환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요컨대 파운드화 강세를 예상, 투자 자산(배당금 포함)을 환율 변동에 노출시켜 차익을 노린 '환투기'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당초 기대보다 투자 자산의 수익률이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이를 환차익으로 상쇄하려는 의도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화 몰락=펀드 훼손

군인공제회가 영국 템즈워터 관련 펀드(MDIF)에 투자를 시작한 2006년 12월 당시 파운드/달러 환율은 1파운드당 1.95달러 수준이었다.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즉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 달러화가 초약세로 가자 파운드화 가치는 그 이후 1년 동안 더 올랐다. 2008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2달러를 기준으로 아래 위를 오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파운드화 자산으로 구성된 펀드의 달러 환산 금액이 커지면서 군인공제회의 배당금과 자산 가치는 늘어났다. 2007년 배당금 분에 대해 달러/원 환헤지(선물환 매도)를 해놓은 상태에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했지만 그 하락폭보다 파운드/달러 환율 상승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문제는 2008년 하반기부터 나타났다. 파운드/달러 가치가 급락한 것. 2008년 7월, 2달러를 넘던 환율은 2008년말 1.4달러 수준으로 30% 가까이 떨어졌다. 파운드/달러 환헤지를 하지 않아 그만큼 수익률이 나빠졌다. 물론 전체 투자자산의 평가 가치도 떨어졌다.


감사원의 감사를 받던 지난 3월 현재 파운드/달러에 대한 환헤지가 되지 않아 배당금에서만 194억원(2010년까지 평가손실 포함)의 손실이 났다.

"환 리스크 기본 벗어났다"

파운드화/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원화 환산 배당 수익과 자산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인공제회는 환헤지를 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실수다. 통화 가치에 연동되는 주식 투자가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게 통상적인데 반해 고정 수익을 바라는 채권 투자 혹은 대체 투자는 자산과 이자(수익률 혹은 배당금)에 대한 헤지를 하는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2006년 12월 투자 당시 달러/원과 달러/파운드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전략가는 "채권과 군인공제회의 해외 인프라 투자의 경우 연간 수익이 거의 고정돼 있는데도 이에 대해 환헤지를 하지 않은 것은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었다. 2007년 11월 '환윤 변동에 따른수익 영향 분석'의 보고서가 작성, 파운드화 가치의 하락 가능성을 예상했다.

이 보고서에 따라 군인공제회는 환헤지를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달러/원 환율에 대한 헤지만 하고 달러/파운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파운드/원 직접 거래 시장이 없기 때문에 헤지를 위해서는 결국 달러/원 헤지를 하고 다시 달러/파운드를 하는 게 정상적이다.

하지만 달러/파운드 헤지는 하지 않았고 결국 파운드화 강세에 대한 베팅을 한 것이다. 군인공제회 역시 이를 시인했다.

군인공제회 한 관계자는 "투자 초기 그리고 2007년 상반기 환헤지 문제가 제기됐을 때 파운드화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었다"며 "이에 대한 추가 이익을 바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파운드화가 초약세로 가면서 결국 파운드화에 대한 베팅은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은행 외환전략가는 "원화에 대한 파운드화 헤지는 결국 달러/원과 파운드/달러 두 거래를 하면서 완성되는 것"이라며 "이중 하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환율에 대한 베팅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감사원 지적을 받고 난 이후 군인공제회는 연간 배당수익금 뿐 아니라 전체 투자 자산에 대한 파운드화 헤지를 뒤늦게 했다. 파운드/달러 1.6달러 이상에서 거의 모든 자산에 대해 했다는 것이 군인공제회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초기 투자자산 가치 3000억원은 최근 3100억원으로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템즈워터 투자에 대한 환헤지 규정과 책임에 대해서는 군인공제회와 운용사인 맥쿼리 양측 모두 밝히기를 꺼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