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 거액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켜

더벨 김용관 기자 2009.09.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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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결과]대손충당금 1330억 과소계상 적발…사실상 분식회계

이 기사는 09월25일(11:4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감사원 연기금 감사단의 군인공제회 감사 결과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분식회계와 다름없는 회계 처리로 인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켰기 때문이다. 차입구조의 문제점과 맞물려 회원 지급률 하락이 예상된다. 회원들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기금 감사를 목적으로 출범한 감사원 전문조직의 첫 번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 결과물인 감사결과보고서는 무려 129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했다.

여기서 감사단은 19개 사항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해임 권고된 직원은 3명, 일부는 검찰에 고발됐다.10월초 발표될 국민연금의 감사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64억 적자가 66억 흑자로 둔갑

감사 결과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회계 처리상의 문제점. 회수가 불확실한 채권에 대한 과대 평가 등 부적절한 회계 처리로 인해 이익규모가 1330억원만큼 부풀려진 게 적발됐다. 분식 회계와 다름없다.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66억7800만원으로 보고했지만, 감사단은 대손충당금 544억원의 과소설정과 미수수익 786억원의 과다계상으로 오히려 1264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난 것으로 파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는 경영수지가 중대하게 왜곡 표시돼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감사대상 40건의 대출채권(2조827억원)에 2974억원의 대손충당금이 설정돼야 하나 실제로는 2430억원만 설정됐고, 이들 채권의 미수수익은 4060억원이 계상돼야 하나 786억원 많은 4846억원이 계상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채권은 회수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에 따라 정상ㆍ요주의ㆍ고정ㆍ회수의문ㆍ추정손실 등 5등급으로 분류해야 한다. 등급별 대손충당금은 ▲정상 1% ▲요주의 5% ▲고정 20% ▲회수의문 50% ▲추정손실 100% 등으로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공제회는 2008년 회계연도 결산을 하면서 '고정'으로 분류해야 할 PF 대출 채권을 '정상'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20%의 높은 대손충당금 설정대상 채권이 1% 적용대상으로 포장되는 결과로 이어져 54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게 잡았다.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점과 관련 과다 계상된 자산과 당기순이익 1330억 원을 회계규정에 따라 수정·반영하고, 투자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관련 손익을 반영한 투자수익률을 산출토록 권고했다.

공제회측은 이와 관련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대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고 있다"며 "감사원은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을 기준으로 비교, 회계기준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공식 해명했다.

공제회측은 "감사원 권고에 따라 추후 대손충당금 설정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장 전문가는 "대손충당금을 과소 계상하고 미수수익에 대해 과대 계상한 것은 단순한 비교대상의 차이라기보다는 의도적인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공제회의 경우 뚜렷한 회계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라며 "기업회계기준을 준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입 확대 악순환...회원지급률 인하될까

이와 맞물려 시중금리보다 높은 군인공제회의 회원 지급률도 문제가 될 전망이다. 감사원 권고대로 과다 계상된 자산을 수정할 경우 이자지급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군인공제회는 회원들에게 시중금리(5년간 평균 4.79%)보다 월등히 높은 지급률(4월 현재 7%->5월 이후 6.1% 인하)을 보장해왔다. 공제회는 이를 위해 1년 미만의 단기 자금을 과도하게 차입, 장기의 고수익·고위험 자산에 집중 투자했다.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셈이다.

이에 따라 2004년말 총 투자재원 4조611억원 중 차입금 비중이 5708억원(14.1%)에 불과했으나 2007년말에는 총 투자재원 6조3931억원 중 그 비중이 25.7%에 달하는 1조6459억원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1조6430억원(99.8%)이 1년 미만의 단기 차입금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단기 차입으로 조달한 자금을 장기 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는 점이다. 즉 자산-부채의 만기가 일치하지 않아 단기적인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실제 군인공제회의 단기 차입금 중 90%는 건설개발과 사업체투자, 지분인수(M&A) 등 1년 이상의 장기자산에 투자됐다. 이 같은 차입·자산 구조상 지난해 하반기와 같이 예상치 못한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심각한 자금 압박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5건의 자산유동화와 불리한 조건의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8821억원을 긴급 조달해 위기는 넘겼지만 기회손실(유동성 부족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이 190억원이 넘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이미 더벨이 지난 5월 '현금 쌓는 군인공제회'라는 3회의 시리즈 기사를 통해 소상히 지적했다. 감사단은 이 같은 문제점을 반영해 지급률 조정, 단기 차입 제한, 신규사업 중단, 자산 매각 및 유동화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

회원들의 반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군인공제회는 그동안 높은 이자율을 제시하며 회원들을 유지했지만 회계 처리 수정에 따른 대규모 손실 전환, 단기차입 제한 및 자산-부채 일치 등의 조치가취해질 경우 지급률 인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원지급률이 높다보니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고 고위험 사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며 "사실상 분식회계를 통해 당기순이익을 낸 것도 회원지급률에 대한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6.1%인 지급률은 시중 금리에 맞춰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회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해소할지 관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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