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하이닉스 2조원으로 인수 가능"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9.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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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주간사단 "28% 중 일부만 매각할수도"

- 15% 매각 땐 약 2조원으로도 인수 가능
- 효성, 2조원대 부동산 보유··최후의 수단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주간사단이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효성 (52,200원 ▲1,200 +2.35%)에게 매각 대상인 하이닉스 지분 28.1%의 약 절반인 15% 수준만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하이닉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20%까지 반영하더라도 당초 예상됐던 3조원대보다 크게 준 약 2조원이 될 수도 있다.



"효성, 하이닉스 2조원으로 인수 가능"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 매각 공동주간사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27일 "하이닉스는 매각 금액도 중요하지만, 매각 자체를 성사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매각 대상 지분 28%를 한 번에 매각하는 것이 어렵다면 15% 등 일부만 매각하는 등 다양한 방식들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효성 입장은 28% 가운데 15%만 인수하더라도 최대주주로서 하이닉스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외환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하이닉스의 나머지 지분을 그대로 보유한 채 2,3대 주주로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들에게 발송한 매각제안서(IM)에도 무조건 28%를 다 인수해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며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대주주가 반드시 필요한데도 하이닉스를 인수할 곳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일부 지분이라도 우선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5일 종가(1만8950원) 기준으로 11조1734억원이다. 하이닉스 인수의향서 접수가 마감된 지난 22일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약 12조8000억 원이었으나 효성이 단독 입찰한 뒤 3일 연속 주가가 하락해 시가총액이 크게 줄어든 상태이다.

하이닉스 지분 28%를 모두 인수할 경우 그 규모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고도 3조1286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지분 15%만 인수할 수 있다면 필요한 자금은 1조6760억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20%로 가정해도 2조112억원이면 인수가 가능하다.


이 경우 효성은 약 1조원을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1조원은 하이닉스 주식을 담보로 차입하는 등의 방식으로도 인수대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6월말 현재 효성의 현금자산은 △현금 및 현금등가물 1034억원 △단기금융상품 370억원 △단기대여금 198억원 △단기매도가능증권 24억원을 포함해 총 1626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소유 중인 토지와 건물의 장부가액이 각각 1조6042억원, 6929억원에 달해 이 가운데 일부만 처분해도 수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사실상 운영을 멈춘 안양 공장 등을 아파트 부지로 개발하거나 매각할 경우 약 5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효성은 이밖에도 압구정동, 청담동 등 서울 강남 주요 상권에도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조원을 하이닉스 지분 담보로 차입하는 경우 연 이자율을 5%로 가정할 때 매년 필요한 이자비용은 500억원 수준이다. 올 상반기 효성의 영업이익이 2555억원, 순이익이 983억원임을 고려할 때 전혀 감당하지 못 할 수준은 아니다.

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수리에 밝고 신중하기로 소문난 조석래 효성 회장의 성격을 고려할 때 아무런 복안 없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인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무적 투자자 유치, 인수 지분 축소 협의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등 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채권은행들이 매각물량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에서 어느 정도까지 양보할지가 변수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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