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적자기업에 돈 빌려 주는 이유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9.28 07:24
글자크기

[명동풍향계]증시 호조에 주가연계채권 발행 문의 쇄도

명동 사채시장에 코스닥기업들의 대출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덕에 코스닥시장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와 같은 주식연계채권 발행이 줄을 잇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적자기업'이지만 명동은 이에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코스닥 BW·CB 발행 참여 고심"=지난주 명동에는 코스닥 바이오업체 A사와 B사에서 각각 50억원과 130억원 규모의 BW 발행문의가 접수됐다. 두 회사 모두 대주주 지분과 해외증시에 상장된 투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제시했으나 명동에선 대출금액에 비해 담보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를 들어 일단 대출을 거절했다.



그러나 이는 대출규모의 문제일 뿐 보다 우량한 담보가 제공되거나 요구금액이 낮아지면 대출은 무난하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연말까지 이들 업체의 주가상승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명동 관계자는 "이들 업체는 부채비율은 낮지만 지난 3년간 적자를 기록한 탓에 은행 등 제도 금융권에서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마침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만큼 이를 활용해 필요자금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판단에서 BW 발행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업체들의 이런 제안에 명동은 상당히 '솔깃'한 표정이다. 상당수 전문가가 최근 경기회복을 근거로 주식시장의 상승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았기 때문이다.

명동에선 주가연계채권 발행에 참여하면 통상 2~3개월 후 주식으로 전환한 뒤 곧바로 매각해 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원리금을 돌려받는다. 수익성보다는 주가전망이 대출 여부의 주요 기준이 되는 이유다.

◇'재료' 시차 두고 발표=이들 코스닥업체는 명동에서 대출을 이끌어내기 위해 호재성 재료를 여러가지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2~3개월간 주가 상승이 담보되지 않으면 대출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들이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준비한 재료는 대부분 특허권 취득, 공급·수주 계약, 추가 유상증자 실시 등이다.


명동 관계자는 "몇몇 업체가 준비된 재료들을 시차를 두고 발표해 주가를 띄운다"면서 "2~3개 호재만 꾸준히 발표돼도 단기 주가 상승은 어렵지 않게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연말까지 주가가 급등하는 업체들에 무작정 투자하는 소액투자자들은 되레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활황인 만큼 결국 명동에선 코스닥기업 대출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며 "일부 기업의 주가 상승은 원리금 대출을 위한 인위적 부양일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명동, 적자기업에 돈 빌려 주는 이유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