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 시장에 볕드나

더벨 오동혁 기자 2009.09.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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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銀, 회전한도 방식 도입...기업별 한도 확대 가능성도

이 기사는 09월24일(10:2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조선사 선박금융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조선사별 신용공여 한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회전 한도 방식이 적용되면서 차입금을 상환하면 소진됐던 한도가 회복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22일 한국기업평가가 개최한 조선산업 현황 및 발전전략 세미나에 참석해 “아직 이른감이 있지만 일각에서 선박금융 시장이 이제 바닥을 찍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회복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박금융은 조선사가선박을 담보로 받는 장기융자를 말하며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재개와 정상적인 건조활동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분야로 지목돼 왔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대출한도 축소 등으로 자금사정이 크게 악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선박금융에 대한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데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수출입은행이 이달 초 조선·해운사에 대해 회전한도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해 원활한 자금조달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존의 소진한도 방식에서는 한번 차입을 하면 상환여부에 관계없이 계속 빌린 상태로 남아 단기간 내 재차입이 어려운 반면 회전한도 방식은 상환하는 자금만큼 한도가 회복돼 자금조달에 여유가 생긴다.

기업별 신용공여한도가 완화될 가능성도 높아 졌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자신의 신용등급에 맞게 각각 신용공여한도가 책정돼 있고 이는 수출입은행에서 전담하고 있는 상황. 한도를 완화할 경우 그만큼 수출입은행이 지는 부담이 커지게 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최근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이 많이 올라간 상태라 여력이 조금 생긴 것으로 본다”며 “지금 당장 결론을 낼 수는 없지만 신용공여한도 완화는 기획재정부 등과 충분히 논의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선박금융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그리스에서 선박 재판매(re-sale)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그리스의 선주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부실 중소선사에서 나온 선박들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선주들은 시장 상황을 읽는 능력이 빠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국제 선박관계자들은 이들의 움직임에 항상 주목해 왔다.



그러나 선박금융이 단기간에 예전의 활기를 되찾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발주량 급감으로 인해 조선사들의 일감 자체가 줄었고 경쟁이 치열해 졌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92% 급감한 200만GT를 기록했다. 올해 총 예상 발주량은 4500만GT로 지난해 공급능력이 7000만GT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감이 절대 부족한 형편이다.

대규모 선주 대출을 앞세운 중국 조선사의 공세도 문제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 아닌 만큼 국제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다. 그만큼 자국의 이익에 맞게 선박금융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실제로 중국은 얼마 전 이란에서 수주한 선박에 대해 선주금융의 90%를 대출해줬다. 국제선박양해에 묶여 선박계약금액의 최대 80%까지만 빌려 줄 수 있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지원 자금 또한 중소형 조선사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관계자는 “지난 4월 30일 정부가 조선업계 유동성지원금으로 21조 원을 준비해 뒀지만 이를 무분별하게 다 빌려줄 수는 없다”며 “지난해 대비 3.5배 증가(11조 5000억 원)한 선주금융지원금도 우량 조선사 위주로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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