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비만' 바다사자, 스타덤~은퇴 사연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09.09.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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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비만' 바다사자, 스타덤~은퇴 사연


"조련사 형, 고마워. 왕따에다 비만인 날 아껴주고 사랑해줘서. 덕분에 사람들한테 인기도 얻고 말이야. 이제 나이가 들어 너무 힘들어. 예쁜 짝 맺어 줄 거지?"

스무 살 수컷 바다사자 '방울이'가 박창희 조련사에 건넬 법한 말이다.



서울동물원 해양관에 사는 바다사자 방울이가 공연에 집중하지 못하고 돌출행동을 보여 이달 초부터 오션파라다이스 돌고래쇼장 공연 참석이 취소됐다.

25일 서울동물원에 따르면 방울이를 훈련시켜 온 박창희 조련사는 바다사자의 평균수명이 20~25살이기 때문에 인간과 비교하면 환갑에 가까운 방울이를 쉬게 할 예정이다.



박 조련사는 방울이와 서울동물원에서 유명한 '명콤비'다. 방울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보살펴 준 장본인이 박 조련사다.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던 방울이는 처음에는 도망다니기만 했지만 박 조련사가 찾지 않으면 울부짖을 정도로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방울이는 1989년 6월 서울동물원 해양관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다른 바다사자, 물개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를 당해 1995년 퇴출, 제주도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제주도 동물원에서도 방울이는 암컷 물개에 섞이지 못해 좁은 창살에서 외롭게 지냈다. 그러다 2002년 6월 한일월드컵 당시 다시 퇴출을 당해 7년 만에 친정인 서울동물원으로 돌아왔다.


박 조련사는 외톨이 방울이를 사랑으로 보살피면서 2년 간 공을 들여 2005년 6월부터 무대에 세웠다. 매일 야외 훈련을 하다시피 했지만 방울이는 10년 경력의 베테랑 박 조련사를 유독 잘 따랐다고 한다.

30~40kg이 나가는 여느 물개들에 비해 210kg이나 나가는 거구의 바다사자 방울이는 무대에서 특유의 귀여움과 카리스마를 뽐내며 관람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박 조련사는 올해 9월부터 방울이의 공연을 중단했다. 힘에 부쳐 공연을 거부하는 방울이를 위해 박 조련사는 비만을 줄이고 관람객과 만날 수 있는 공연 겸 운동 프로그램을 따로 개발해 줄 예정이다.

박 조련사는 또 방울이의 황혼을 함께 할 신붓감도 물색 중이다. 서울동물원에 있는 암컷 캘리포니아 바다사자 5마리가 방울이의 신붓감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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