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과 변종바이러스 출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항체치료제가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암과 같은 난치병 치료에 주로 쓰였던 항체를 바이러스 치료에도 응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다.
외부물질에 대항해 우리 몸이 만들어 낸 여러 가지의 항체 가운데 가장 효과가 좋은 항체를 선별(스크리닝)해 대량으로 만든 것이 바로 항체치료제다.
마찬가지로 특정 바이러스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항체를 찾는다면 신종플루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에도 효과가 좋은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특히 기존 항바이러스제의 투약 시기(증상 발현 후 48시간 이내)를 놓쳤거나 타미플루에 내성이 생긴 사람의 치료에도 쓸 수 있어 기대가 크다.
항체치료제는 예방 백신의 보완책으로서도 쓸모가 있다. 첫째로 백신을 맞아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제는 필요하다. 계절독감 백신의 경우 보통 사람은 80~90%, 노인은 60~70%만이 예방효과가 있다. 둘째로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기존 예방 백신이 쓸모가 없게 된 경우에도 항체치료제는 마지막 보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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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명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 스페인독감에서 봤듯, 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는 큰 희생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항체치료제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최후의 수단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질환에도 개발 이어져= 항체치료제는 그동안 암과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에 주로 쓰였다.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이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 등 이름은 어렵지만 국내에서도 많은 환자의 치료에 쓰이고 있다.
이런 질환보다 대상 환자는 적지만 바이러스 질환 역시 항체를 이용한 치료제도 꾸준히 개발돼 왔다. 바이러스로 옮는 질환인 수두(개발사 캔진, 제품명 베리지그)와 B형 간염 치료제(녹십자, HBIG)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아벤티스가 광견병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항체치료제(임상 2상)를, 젠맙A가 C형 간염 항체치료제(전임상)를 개발하고 있다.
'범용 항체' 개발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간 곳은 유럽의 크루셀이다. 현재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조류독감(H5N1)과 신종플루(H1N1)에 모두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이외 하버드대학 등 해외 일부 대학이 대유행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신종플루 잡는 치료제 개발 관심= 이런 가운데 신종플루 확산으로 이 바이러스만을 목표로 한 항체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행 바이러스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홍콩의 한 대학은 신종플루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의 혈액 속에서 항체를 뽑아내 항체치료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러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항체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걸리니 일단 신종플루를 타깃으로 항체를 찾아내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이번 유행에서만 효과를 볼 수 있고, 빨리 개발을 끝내지 않으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날릴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