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강펀치 '언제 날리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9.09.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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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원선 붕괴 앞두고 정부 속도조절..쏠림 발생 시 개입강도 높일 듯

최근 원화가치가 달러당 1100원대로 치솟으면서 외환당국이 앞으로 시장에 본격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 주목된다.

현재 원/달러의 하락세는 대부분 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른 것이지만, 하락속도가 지나치거나 시장이 한쪽으로만 '쏠리는' 모습이 나타날 경우 공식적으로 개입을 하겠다는 것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24일 "원/달러 환율의 경우 1200원과 1199원의 본질적 차이는 1원에 불과하지만, 이를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실제 차이가 클 수 있다"며 "정부도 이 같은 시장흐름 변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200원선이 지난 23일 무너진 것을 계기로, "예의주시 하겠다"고 되풀이했던 기존 스탠스에서 한발 더 나아간 발언이다.

정부는 그동안 외부적으로는 '관망' 자세를 취했지만 시장에서 느끼지 못할 정도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개입은 해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금까지는 속도조절 차원의 미세조정이었다면 앞으로는 시장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로 개입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원/달러 환율 1200원선이 급격하게 넘어가지 않도록 드러나지 않는 수준에서 미세 조정을 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달러가 너무 몰리는 것도 경제에 좋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조용한 방식으로 개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도 비공개 미세조정을 포함한 정부의 환율 관리시스템 변화 분위기를 이미 감지하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최근 거래에서 진성(眞性) 달러매수가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1200원이 무너지기 전부터 당국은 계속 밑에 매수물량을 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당국의 미세조정이 없다면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은 과연 당국이 언제 본격적인 개입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환율 방향을 바꾸기 보다는 속도조절에 집중하는 현 경제팀의 성향을 감안할 때, 올해 안까지는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이 1100원대 후반에서 공격적으로 개입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국이 환율이 내려가는 방향성을 인정하더라도 경제성장을 감안한 속도조절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시장개입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현석원 현대경제연구원 금융경제실장은 "외환시장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당국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입이)환리스크 관리차원에서 필요할 수는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환율정책의 '패'가 시장에 읽히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당한 개입자금을 시장에 투입했지만 환율은 오히려 떨어졌고, 시장심리도 전혀 바꿔놓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외환 당국자는 "같은 현상이라도 시장참여자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일축했다.

한편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1.3원 오른 119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196원에서 출발한 환율은 장 초반 1190원대 초반을 위협했지만 방향을 바꿔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받았고 외국인도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외환시장에 자리잡은 하락분위기 영향으로 환율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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