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연봉 CEO, 값어치 하나?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09.09.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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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위크가 23일(현지시간) 보도한 고액연봉 CEO의 성과. ↑ 비즈니스위크가 23일(현지시간) 보도한 고액연봉 CEO의 성과.


미국 CEO 중 거액연봉에 걸맞은 밥값을 하는 이는 누구일까.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재무리서치 업체 캐피털 IQ의 자료를 참조, 지난 10년 간 미국 대표 기업 CEO들의 보상 대비 업무성과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시가 총액 100억 달러 이상의 기업 CEO다. 이들의 보상은 봉급, 보너스, 현금·주식 지급분 등을 포함해(스톡옵션 제외) 산출했다. 업무성과는 재임기간 중 기업의 수익률 증가폭, 시가총액 변동, 주주배당금을 통해 분석했다.



비즈니스위크 분석 결과 '밥값 하는 CEO'는 애플의 스티븐 잡스(53), 오라클의 로렌스 엘리슨(65), 존슨 앤 존슨의 윌리암 웰던(60) 등이다.

옥시덴탈 페트롤륨의 레이 아이라니(74), 코노코필립스의 제임스 멀바(62), 맥케슨의 존 해머그렌(50) 등도 고액연봉에 걸맞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1997년 애플사 CEO로 복귀한 스티븐 잡스는 지난 5년간 연 1 달러 연봉에 스톡옵션을 지급받았다. 그는 스톡옵션으로만 10억 달러(1조1970억 원)를 벌어들였다. 스톡옵션을 제외하고 그가 1999년부터 10년간 번 돈만 1억 6231만 달러(1943억 8500만 원 가량)를 초월한다.

성과도 이에 못지않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애플사는 859.5%의 수익률 증가를 보였다. 기업 시가총액도 1999년 이전에 비해 1530억 달러나 올랐다.

반면 밥값을 못하는 CEO 리스트에도 세계 유수 기업이 줄줄이 거론됐다.


대표적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케네스 루이스(61), 월마트 스토어의 리 스코트(60·전 CEO), 월트 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57), 제너럴 일렉트릭의 제프리 이멜트(53)가 체면을 구겼다.

타임워너의 리차드 파슨스(60·전 CEO),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케네스 체놀트(57)도 고액연봉이 무색한 부실한 성과로 도마에 올랐다.



케네스 루이스가 경영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10년 간 마이너스 37%의 수익률 감소를 기록했다. 주주에게 640억 4000만 달러를 배당했으나 기업 시가 총액은 550억 9000만 달러 증가한 데 그쳤다.

월마트 스토어의 리 스코트 전 CEO는 시가총액을 140억 2000만 달러 깎아 먹고 수익률 증가도 7.15%에 그쳐 미국 전역에 체인망을 갖춘 월마트의 명성을 무색케 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CEO 제프리 이멜트는 심지어 수익률 마이너스 58.4%, 시가총액 마이너스 21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잭 웰치가 2000년 CEO로 선택한 이멜트는 10년간 1억 2551만 달러(1520억 3547만 원)를 챙겼지만 GE는 재정 위기로 큰 상처를 입었다.



경기 침체 여파로 당국의 공적 투자, 기업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미국 정계는 거액 연봉을 받는 CEO에 연일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미국 의회, 연방준비시스템, 증권거래위원회는 테스크 포스를 만들고 "기업 CEO의 연봉, 전략, 업무 수행 간의 명백한 연관관계를 세울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비즈니스위크는 정계, 대중에 비해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며 CEO에 고액연봉 지급을 아까워하지 않았던 투자자들도 이들의 능력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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