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업사정' 어디까지, 수사 전방위 확산

류철호, 배혜림 기자 2009.09.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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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불똥' 튈까 노심초사

검찰의 대기업 비리를 겨냥한 사정수사가 전 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대한통운과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어 SK건설과 한진, 태광 등 오랜 침묵을 깨고 뽑아든 검찰의 칼끝이 굴지의 대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최근 SK건설이 부산 용호동 오륙도 'SK뷰'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시행업체인 M사와 이면계약을 맺어 시행과 시공 수익을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 업체가 지난 2001년 MBC일산제작센터 공사를 수주하면서 1차 심사에서 탈락하고도 수의계약 형태로 공사를 맡게 된 과정에 특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한찬식)도 태광그룹의 티브로드가 지난 1월 편법으로 경쟁사인 큐릭스를 인수한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 3월 티브로드의 청와대 행정관 접대 사건을 수사한 기록과 인수 관련 서류 등 각종 자료를 확보해 인수 과정 전반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한진그룹에 대한 내사에도 착수했다. 한진그룹도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으며 검찰은 한진그룹의 부동산 취득 및 증여 내역 등 수사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2일 압수수색을 단행한 대한통운과 두산인프라코어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대한통운의 경우 압수물 분석과 함께 마산지사장 유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유씨를 상대로 운송비용을 과다 계상해 회사자금 수억원을 횡령한 경위를 집중 추궁하는 등 돈의 종착점을 추적하고 있다. 또 대한통운 이국동 사장 등 일부 임원들이 회삿돈을 빼돌려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포착해 이 사장 등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납품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수부(부장 이경훈)도 이 업체가 5년 전 해군에 고속정 엔진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억원을 빼돌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자금추적에 주력하는 한편 문제의 자금이 군 고위관계자에게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처럼 검찰이 건설과 조선, 물류, 유선방송사업체에 이르기까지 동시다발적인 사정에 나서면서 향후 수사 추이와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숨을 죽인 채 검찰 수사를 주시하며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특히 검찰 안팎에선 일련의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정치권이나 정부기관과 유착 가능성이 높은 건설과 조선, 물류 업체를 타깃으로 삼았고 대부분 비자금 수사란 점에서 결국 정치권과 고위 공직자를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잇단 기업수사는)기업 사정의 신호탄이 아니겠느냐"며 "상당수 기업들이 언제, 어디서 뇌관이 터질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비리가 있는 곳에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검찰 본연의 임무"라며 "수사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억측들이 난무하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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