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돈…최고 살림꾼은 '몸'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9.09.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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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가계부를 씁시다<11-2>직장인주부 이진희 씨의 '몸테크' 노하우

편집자주 비싼 친환경상품을 많이 사야 녹색소비자? 아니다. 석유문명 속에선 재화를 알뜰살뜰 아껴쓰고, 아낀 돈으로 친환경적으로 사는 사람이 진정한 녹색소비자다. 머니투데이는 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공단 탄소캐쉬백 이로운몰 에듀머니와 함께 '녹색가계부' 캠페인을 시작한다. 이 캠페인은 알뜰한 녹색살림고수들의 노하우를 전한다.

지금은 깨끗하고 하얀 피부가 매력적인 직장여성 이진희 씨(28). 하지만 3년 전에만 해도 그는 극심한 아토피 환자였다. 잠시 쉬러 간 충청도 어느 국도에서 한 어르신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처녀, 나병이유?"



아토피 병원에 갔을 때 일이다. 고름 맺힌 얼굴로 앉아 있는 그를 보고 환아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 자꾸 긁으면 저 언니처럼 되는거야!"



↑ 아토피가 심했을 무렵, 이 씨는 이렇게 상처부위를 붕대로 감싸고 다른 손으로 긁지 않게 하려고 비닐로 손을 감쌌다고 한다. '피와 고름을 달고 다녔던 시절'에서 벗어난 비결을 이 씨가 전한다. ⓒ사진제공=이진희↑ 아토피가 심했을 무렵, 이 씨는 이렇게 상처부위를 붕대로 감싸고 다른 손으로 긁지 않게 하려고 비닐로 손을 감쌌다고 한다. '피와 고름을 달고 다녔던 시절'에서 벗어난 비결을 이 씨가 전한다. ⓒ사진제공=이진희


그는 어떻게 피부미인으로 거듭난걸까? 그는 "몸테크 덕분"이라고 말한다. 재테크가 자산을 관리해서 부자가 되는 기술이듯, 몸테크란 몸을 관리해서 건강하게 사는 기술이란다.

KBS 라디오 PD로 바쁜 직장인이자 4년차 주부인 그는 누구나 따라 할 만한 쉬운 몸테크를 고안했다.

'몸에 안 좋은 것 안 하기, 물 많이 마시기, 줄여 먹고 바르기.'


◇안 좋은 것만 안 넣어도 몸은 건강해진다=이 씨는 "건강해지겠다고 뭔가를 '더' 할 생각보다는 안 좋은 것을 안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돈도 안 들고 효과도 좋다"고 설명한다.

몸에 안 좋은 것들을 피하려면? 먼저 무엇이 들어가는지 알아내는 게 필수다. 이 씨가 택한 방법은 일주일간 자신이 먹은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것. 커피에 달달한 디저트는 물론 심야 프로그램을 마친 후 챙겨 먹었던 족발과 치킨 등 기름진 음식들이 리스트에 좍 올라왔다.



이런 식습관을 없애려 굳이 유기농 도시락을 싸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 도시락 싸들고 다니다가 직장에서 외톨이 되기 십상이니까. 그는 직장 주변에서 무농약 유기농 등 착한 재료로 만든 음식점을 알아냈다.

조미료를 많이 쓰는 식당은 피했고 여럿이 식당에 가게 되면 "양념을 적게 해달라" "조미료를 빼달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내 몸을 아끼려면 똑똑한 소비자가 돼야 했다.

삼겹살과 소주가 주 메뉴인 회식에 가서 나만 몸을 사릴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게 되더라도 물을 많이 마시는 방법으로 해독했다.



이 씨의 '황금비율'은 △소주 한 잔 당 큰 물 컵으로 한 잔 △맥주는 마신 양만큼 △폭탄주 한 잔당 큰 물 컵으로 두 잔이다. 잠깐씩 자리를 떠서 바람을 쐬고 오는 방법도 좋다고 한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건강에도 좋다. 이 씨는 출근길에 500㎖ 생수를 하나 사서 마시고 다시 그 병에 물을 담아 퇴근길에 또 500㎖를 마신다.

그는 "물이 피와 체액의 기본재료인 만큼 물을 많이 마시면 피가 덜 걸쭉해지고 순환기능이 활발해져서 체내 독소가 잘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 이 씨가 자신의 몸상태를 꼼꼼하게 기록한 메모 일부. ⓒ사진제공=이진희↑ 이 씨가 자신의 몸상태를 꼼꼼하게 기록한 메모 일부. ⓒ사진제공=이진희
◇좋은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 안 좋은 것을 피한 후에는 좋은 것을 몸 안에 모시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안 좋은 것들로 오염된 몸을 청소하는 것이다. 이 씨는 15일간의 생활단식, 즉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단식을 선택했다.

생활단식법은 이러하다. 5일간 식사량을 줄이고 다시 5일간은 완전히 식사를 끊는다. 그리고 다시 5일간은 식사량을 조금씩 늘린다.

막상 단식을 시작하자니 무서웠다. 그래서 이 씨는 '겨레의 자연건강'(http://nanum.pe.kr) '수수팥떡 아이사랑'(http://www.asamo.or.kr) 등 사이트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해 조언을 구했다.



단식 초기에는 이 씨도 "기운이 없어서 눈만 껌뻑이며 '사는 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단식의 효과는 엄청났다. 당장 혀가 예민해져서 과자, 패스트푸드 등 나쁜 음식은 냄새만 맡아도 멀리하게 됐다. 식사량도 줄었다. 속이 편안해졌다.

식습관과 함께 쇼핑습관도 바꿨다. 한 달에 4번씩 가던 대형마트를 끊고 생활협동조합 회원으로 가입해 유기농 식재료를 구입했다. 마트에 한 번 갈 때마다 10만원씩 매월 40만원이 식재료비로 나갔지만 이제는 16만원 밖에 안 든다.

↑ 여성환경연대가 만든 '화장품 속 유해화학물질을 거절하기 위한 초간단 사전' ⓒ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가 만든 '화장품 속 유해화학물질을 거절하기 위한 초간단 사전' ⓒ여성환경연대
매번 10종류씩 쓰던 화장품은 4~5개로 줄였다. 여성환경연대가 만든 '초간단사전'에 적힌 '소듐라우릴설페이트' '아크릴아마이드' 등 몸에 안 좋은 재료가 든 화장품은 되도록 피했다. 한해에 40만~50만원이 들던 화장품 구입비는 30만~40만원으로 줄었다.



◇"재테크는 하면서 왜 몸테크는 안하세요?"= 이 씨는 "가난은 두려워하면서 왜 건강을 잃게 되는 상황은 두려워하지 않냐"고 반문한다.

"내가 그랬듯, 사람들은 병으로 고통 받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런 일이 자신에게 닥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몸은 부동산과 주식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에요. 이만큼 투자가치가 높은 자산은 없죠."

그는 "건강을 잃으면 삶 자체가 고통이고 몸이 애물단지가 된다"며 "돈이 많이 들지만 조금만 신경 써서 관리하면 몸은 무한한 부가가치를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재테크의 목표가 빌 게이츠가 되고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이 씨가 말하는 몸테크란 유난 떨면서 천년만년 살겠다는 욕심도 아니오, 건강박사가 되고 몸짱이 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몸이 아파서 꿈이 꺾이거나 일상이 괴롭지 않으면 된다. 그의 몸테크 비법은 그가 최근 낸 책 '건강한 몸, 착한 몸, 부러운 몸'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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