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포기하겠지" 개미는 베팅중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09.09.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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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거래량 '대폭발'… 개인들 "인수무산 가능성"에 대량 매수

#개장하자 마자 샀는데 생각보다 빨리 회복하네요. 이러다 오늘 상(상한가) 치는거 아녜요?(아이디 salade)
#빨리 매도하세요. 거래량 터지고 나서 폭락하는 거 모르세요?(iternia80)
#기관·외인 다 팔고 도망가는데 왜 개미들만 사는거죠(with god)

24일 오전 개장 직후 효성 (52,200원 ▲1,200 +2.35%)의 거래량이 폭발했다. 일 평균 50만주 정도였던 효성의 거래량은 이날 오전 10시12분 현재 600만주로 12배 급증했다.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 인수 추진에 대한 증권가의 혹평 속에 하한가로 추락했던 전일(23일)에도 거래량은 40만주에 불과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거래에 불을 붙였다. 덕분에 이날 동시호가 때 하한가까지 떨어졌던 효성은 개장 이후 낙폭을 3%대로 좁히기도 했다. 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키움증권을 통해서만 170만주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기관이 전 종목 중 효성을 가장 많이 내다팔고 있고 외국인도 순매도로 외면하는 상황에서 개인들만 효성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업계는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개인들이 베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막대한 차입금으로 재무적 위험이 큰 데다 효성의 사업분야가 반도체와 연관성이 적어 시너지가 없는 상황에서 효성이 무리수를 두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 인수비용 3조6000억원~4조원을 고려할 때, 효성의 올해 말 추정 순차입금 1조7000억원 이외에 4조원 내외의 외부 자금 조달은 재무위험을 높인다"며 "하이닉스 인수의사 철회 또는 인수 과정에서 인수가격 및 조건들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포털사이트의 효성 종목 게시판에는 개장 전부터 수백여개의 글들이 앞다퉈 올라왔다. '효성이 괜히 산다고 했겠냐, 지금 사면 낚이는 것'이라며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코스피100종목을 10년만에 싸게 살 수 있는 기회', '효성 대주주들의 반대로 결국 안될 것"이라며 인수 무산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많다.


효성 ELW(주식워런트증권)도 효성의 반등 기대감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기초자산인 효성의 하락에 베팅하는 풋ELW는 전날 폭등했던 것과 달리 이날 조정을 받고 있다. 전날 장중 2700% 넘게 폭등했던 맥쿼리9542 효성풋은 21.57% 하락 중이다. 반면 전말 하락했던 콜ELW는 최대 160%까지 오르며 일제히 반등했다.

유지은 맥쿼리증권 상무는 "효성 ELW 거래의 경우 90%이상이 개인들 간 거래로 파악된다"며 "ELW는 레버리지가 커 단기 주가 움직임을 보고 들어오는 개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인수가 수포로 돌아갈 경우 경영진에 대한 불신 등으로 빠른 주가 회복은 쉽지 않지만 화학·섬유 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첨단신소재 등 사업구조와 실적이 탄탄해 장기적으로는 지금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으로 고전했던 한화그룹이 인수를 철회한 뒤 주가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초 대우조선 인수 철회 발표로 올 들어 한화는 134%, 한화석유화학은 120% 각각 상승했다.

하지만 실제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될 경우 위험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증권업계는 인수 이후 재무적 부담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 기관의 손절매에 따른 주가 충격 등을 예상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인수 결정은 시장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데다 오너의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 진행의 초기단계로 워낙 변수도 많고 불확실성도 커 담당 애널리스트들 조차 향후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개인들이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효성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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