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효성 총수의 명분없는 욕심

머니투데이 강호병 증권부장 2009.09.24 08:33
글자크기
 
[강호병칼럼]효성 총수의 명분없는 욕심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를 욕심 낼 일이 아니라는 시장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가총액만 봐도 하이닉스는 12조3000억원으로 효성 3조원의 4배다. 채권단 지분 28%만 해도 4조원을 호가하는데 효성 (52,200원 ▲1,200 +2.35%)의 규모와 재무력으로 봐선 인수하기 힘들고 인수해도 뒷감당이 안되는 `그림의 떡'이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단독으로 냈다는 소식에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애널리스트든 펀드매니저든 할 것없이 평가가 똑같다. 인수할 돈이 없는 데다 반도체라고는 해본 적도 없고 사업구조상 시너지도 낼 수 없는데 왜 욕심을 내느냐는 것이다. 누가 봐도 명분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하이닉스는 우여곡절이 많고 업황도 많이 타서 LG그룹마저 인수에 뜻을 두지 않았다.



 이번에 효성이 의향서를 낸 것이 단순히 반응을 떠보는 차원은 아닌 듯하다. 비교적 오래전부터 오너가 마음에 둔 흔적이 역력하다. 두산이나 STX그룹처럼 M&A로 팔자를 고친 그룹들이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시장은 당연히 비즈니스 외적 결정으로 봤다. 전경련 회장이기도 한 조석래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관계를 이용해 인수기업 하나 챙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석래 회장의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2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아무리 관계를 무시하지 못한다고 해도 분수를 알아야 하는 법이다. 효성은 크지 않은 그룹이지만 그간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변신을 잘한 기업으로 평가받아왔다. 금융위기 후 4만원 밑으로 떨어졌던 주가도 올들어 10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 하나로 신뢰가 망가졌다. 인수의사를 접는다고 해도 신뢰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효성은 시장을 속이기까지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효성은 여의도에서 로드쇼를 열면서 하이닉스 인수 참여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 말을 믿은 펀드매니저로선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기업가정신이 실종된 시대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총수의 거대 M&A 시도를 기업가정신의 발로라고 칭송할 수는 없다. 허허벌판에 공장을 짓는 그린필드형 `기업'(起業)과 다른 코드다. 총수의 욕심이고 돈질이라고 하는 게 맞다. 재무투자자라는 이름으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 외부 돈으로 인수하는 게 `승부수'니, `결단'이니 하는 어구로 미화돼선 안된다.


 시장이 아무리 단기 관점에서 투자한다고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봐도 말이 안된다는 결정까지 정당화될 명분은 없다.

 무리한 M&A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경험으로 이미 증명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외부자금을 동원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이어 각각 6조4000억원, 4조1000억원에 인수한 뒤 자금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대우건설을 매물로 내놓았다.



금호는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인수액의 40%가량인 3조5000억원을 재무투자자로부터 조건부로 조달했다. 인수 후 3년 내 주가가 3만원 이상이 되지 못하면 인수가와 차액을 보전키로 했는데 지금 팔더라도 그 값을 맞추기 힘들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한화그룹 역시 시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해 6조원 넘는 금액을 써내면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 했다. 그러나 계약이행 보증금 3150억원까지 낸 상태에서 금융위기가 터져 결국 포기했다.

 이같은 일의 결과를 "운이 나빠 그렇게 됐다"로 합리화한다면 무책임한 일이다.
 효성은 시장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시장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게 살 길이다.


효성 차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