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상 "기후변화 적극대처"...구체안 결여

뉴욕=김준형 특파원·송기용 기자·조철희 기자 2009.09.2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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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기후변화 정상회의...코펜하겐 합의 여전히 갈길 멀어

유엔(UN)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참석한 전세계 정상들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이명박 한국 대통령을 비롯한 전세계 180여개국 대표들은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갖고 공동 노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 기후변화 협상 타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전향적인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질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오바마 "행동 나설 것"...연내 입법 장애 인정

이날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녹색 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기후변화 위협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말 코펜하겐 회담에서 지구온난화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의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진전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과 장애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와 관련 해리 리드 미 상원의장(민주당)은 최근 기후변화 대책 입법을 내년까지 미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지금 당장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실천을 촉구했다.

◇ 후진타오 "현저히 감축", 하토야마 "25% 감축" 제시


반면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연설에서 "개발도상국은 낮은 발전 수준과 자본 및 기술 부족 때문에 대응 역량이 제한적"이라며 "경제성장과 사회발전, 환경보호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개발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선진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후 주석은 "중국은 친환경적인 개발을 위한 4단계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2020년까지 2005년에 비해 현저한 폭(notable margin) 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후 주석은 비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2020년까지 1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탄소배출 감축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탄소배출량을 줄일 것'이라고 언급, GDP증가에 따라 전체 탄소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날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일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 감축하겠다고 강조했다.

◇ 이대통령 자발적 등록 제의, 사르코지 11월 회담 제안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행동(NAMA)을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등록하도록 하는 'NAMA 등록부(Registry)' 설립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참석해 "포스트-2012 기후체제는 개도국들이 스스로 실행하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국제적으로 인정하고 격려하는 체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호주, 중국 등 26개국이 참여하는 제1원탁회의의 공동의장으로 회의를 주재하면서 'NAMA 등록부(Registry)' 설립을 제안했다.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국제적인 협약으로 구속하는 대신 유엔 사무국에 등록하도록 해 자발적인 감축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주요 경제국의 정상들이 코펜하겐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는 11월께 모임을 갖자고 제안했다.

◇ 반총장 "타결 실패시 용서받지 못해"

이날 회의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의 빙하가 인간의 진보보다 더 빨리 녹고 있다"며 각국의 신속하고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다.

반 총장은 "기후변화 협약 타결에 실패하면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정상들에게 오는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 협약 타결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일단 핵심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의견을 나누고, 근본적 위기인식을 같이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날 미·중 정상들의 발언이 원론적 수준에 그치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이어서 협약 타결을 위한 진전을 이루기에는 미약하다는 관측이다.

한편 선진국들은 2050년까지의 장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는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2020년까지의 중기 감축 목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 정부간 패널(IPCC)는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에 비해 탄소배출량은 25-40%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이 역시 미흡한 목표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최대 탄소배출 국가들은 감축기준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으며, 선진국들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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