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공기업개혁, 새 접근법 필요하다

김광수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 2009.09.2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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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공기업개혁, 새 접근법 필요하다


MB정부가 공기업개혁을 대선공약으로, 그리고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출범한 지도 벌써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어떤 특별한 진전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개혁이 또 흐지부지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MB정부 출범이후 6차에 걸쳐 공기업선진화방안을 수립한 것, 경영평가를 실시하여 미흡판정을 받은 공공기관장을 4명 해임권고한 것, 그리고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을 실시한 것 말고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다. 당초 기대하였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시간만 보내는 동안에 오랫동안 문제시 되어왔던 공기업의 구행태들이 변칙적인 방법을 통하여 되살아나고 있다.

정권초기에 주춤하는가 싶었던 공기업 고임금행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공기업들은 겉으로는 아직도 임금삭감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 내용을 보면, 기존직원의 임금은 그대로 유지한 채 오직 신입직원의 임금만 삭감대상으로 하는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성과급의 명목으로 엄청난 금액을 추가 지급함으로써 실질적인 임금인상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로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방공기업들 중 가장 큰 적자를 낸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사장에게 기본급의 556%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한다. 이는 물론 행안부의 성과급지급지침 한도액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지방공기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야말로 공기업은 돌려막고, 나눠먹기로 돈잔치를 벌이는 이른바 신이 내린 직장으로 착각할 만하다. 그러나 이 돈이 스스로 벌어들인 것이라면 그래도 봐줄 수 있겠지만, 이 돈은 모두 국민의 혈세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와 같이 국고낭비를 일삼는 이기적인 공기업 행태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지난 날 60,70년대 우리 젊은이들은 국가와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산업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것을 큰 보람으로 여겼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다수 젊은이들이 보수 높고 안정적이며 편한 일터만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공기업은 우리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우수한 인재들이 세금을 창출하는 근로보다는 세금을 소비하는 편한 일만을 선호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공기업 개혁이야 말로 국가를 다시 세우는 마음으로 새롭게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있다. 그동안의 임시방편적이고 단편적인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정치권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제로 최근 집권여당인 한나라당과 한국노조가 공기업직원의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개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기업은 '철밥통'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고용안정이 되어있어 많은 직장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온 터에 이 같은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니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이제는 낙하산 인사도 부족해 아예 공기업을 정치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로 작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행정부의 개혁추진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행정부는 공기업을 독립적 경제주체로서 보다는 산하기관으로 취급하여 지시·감독만 일삼을 뿐, 공기업 경영에서 요구되는 효율성이나 재무구조의 건전성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다. 최근에도 국토해양부가 4대강 유역개발 국책사업의 소요예산 상당부분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겨 공기업 부채 증가에 앞장서고 있다는 빈축을 샀다.



따라서 공기업의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정치·행정권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공기업개혁은 정치인, 행정관료, 노조원을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차제에 그동안 구심점 없이 추진해오던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기업의 문제점을 적출하고 이의 해결책을 함께 찾아나갈 수 있는 독립적 민간 기구를 설립하여 개혁을 주도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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