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재정건전성 중시·감세안 유예"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김지민 기자 2009.09.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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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준 난항 겪을 듯…여야 청문특위 위원 의견 엇갈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재정건정성 중시 △감세안 유예 △4대강 사업 긍정 △사교육 억제 등에 대한 소신을 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차기 대선 후보론에 대해서는 "대통령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67조원의 부채가 늘어 내년이면 400조원이 되는데 한쪽에선 100조원의 세금을 깎아주고 한쪽으론 100조원의 빚을 얻어 하는 재정운영이 올바르냐"는 질문에 "국가재정을 좀 더 건전하게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재정확대보다는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 후보자는 또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3%로 낮추는 데 대해서는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경기부양에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최근 여권 내부에서도 감세안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 후보자가 총리로 임명되면 정부에서도 감세유예안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는 "대운하는 경제성이 없지만 4대강 사업은 경제성이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을 묻는 질문에 "나라는 산과 강, 들로 이뤄지는 것인데 강을 아름답게 해야 한다는 아이디어에 동감한다"며 "큰 틀에서 보면 강까지도 세계적으로 훌륭한 시스템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 문제와 관련, 정 후보자는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그와 동시에 공교육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둘을 꼽으면 아마도 이 시점에선 사교육과 전세난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대학교육 방향에 대해서는 "대학을 직업양성소로 생각할 게 아니라 고도의 학문과 기술을 기르는 곳으로 봐야 한다"며 "오히려 어떤 대학은 정원을 줄여 능력있는 사람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유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대학별 차등화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정 후보자는 아울러 용산참사 문제와 관련, "원인이 무엇이든 돌아가신 분의 장례를 8개월간 못 치른 것은 안타깝다"며 "총리로 임명되면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총리가 되면 다른 것보다 용산참사 유족과 한번 만나 현실을 파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차기 대선주자론에 대해 "대선후보를 생각해본 적이 없고 대통령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은사인 조순 전 부총리가 한 일간지에 '딴 생각말고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처럼 하라'는 조언을 한 것을 봤다"며 "총리로서 목적은 국가와 국민을 받들고 섬기고 봉사하는 것이고 최종 목적은 사회·국가의 발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오라고 제안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 인준 난항 예상>/b> =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2일 종료돼 오는 28·29일 본회의 표결을 남겨두고 있지만 인준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틀에 걸친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과 세종시 수정 추진을 고수한 정 후보자의 소신에 민주당 등 야당의 기류가 강경론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병역특례·세금탈루 의혹에 대해서도 정 후보자가 해명했지만 미흡하다는 게 야당 분위기다.

청문특위 위원 13명 가운데 강운태·김종률·백원우·최재성 의원 등 민주당 소속의원 4명과 박상돈 자유선진당 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인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반면 권경석·나성린·이혜훈·정옥임·정희수·차명진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의원 6명 전원은 '적격' 판단을 내렸다.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은 위원장을 맡아 의견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정당간 이견이 크지 않을 경우 청문특위는 통상 전체 입장으로 '적격' '부적격' 의견을 채택해 경과보고서에 명시하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청문특위 위원들간 이견은 본회의 표결에서도 여야간 이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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