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폐지 '독일까, 약일까'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장시복 기자, 전예진 기자 2009.09.2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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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초기 집값 상승 불가피, 고분양가 책정시 미분양만 양산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정기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없앨 경우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초기 집값 상승은 불가피=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면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수익성 확대→투기유발→주택가격 상승→고분양가 아파트 양산→주택가격 불안정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도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값은 3.3㎡당 2000만원 이상으로 높은데다, 주택가격이 회복되는 시점"이라며 "상한제 폐지는 투기수요를 일으켜 집값을 더 상승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이 좋아지면서 공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투기수요가 들어오면서 결국 주택가격 불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 도입 이전에 나타났던 무분별한 분양가 책정의 문제점도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건설업체들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각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 심의 기능 등이 있는 만큼 일부에서 우려하는 고분양가 책정 사례는 흔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민간업체들이 공급하는 아파트의 분양가를 조절할 만한 장치를 논리적으로 찾을 수 없어 분양가 상향 조정의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부동산 정보업계 관계자는 "분양 승인 과정에서 법률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위원회를 두는 것은 인·허가만 지지부진하게 끄는 역할을 했을 뿐 결국 옥상옥의 전형이었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가격 상승이 아파트 품질향상으로 이어질 지도 의문이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예산 때문에 사용하지 못했던 건축자재, 재료 투입이 가능해져 고품질 주택이 지어지면 문제가 없지만 건설사들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 품질은 동일하고 가격만 올리게 되면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양극화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장 박사는 "분양가가 높아질 경우 저소득층은 보금자리주택 등 저렴한 주택에 몰려 경쟁률은 더 치열해지게 된다"며 "초호화주택도 등장해 백화점과 대형마트처럼 주택시장이 이분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분양가 책정시 미분양만 양산=분양가상한제 폐지시 분양성이 충분할지 여부도 의문으로 지적된다. 자칫 고분양가로 이어질 경우 수요가 따르지 못해 오히려 미분양만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2012년까지 수도권에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대거 쏟아낼 계획이어서 이같은 우려는 더 크다. 보금자리 주택은 주변 시세의 반값 수준이어서 대다수 수요자들의 눈길이 이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의 시범지구 전용 85㎡ 분양가는 3.3㎡당 1150만원 선에서 책정할 계획이다. 이는 인근 기존 민간택지 아파트 시세(2000만~2500만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건설원가연구원 박양호 이사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면 공급을 늘어날 수 있겠지만 만일 건설사들이 분양을 높게 책정하면 수요가 뒷받침을 하지 못해 미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더라도 분양가를 과다하게 높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청약열기가 가격 경쟁력 등을 갖춘 일부 단지에만 쏠리고 있어 업체들이 분양가를 높게 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공급이 많아질 수록 장기적으론 전반적인 주택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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