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ETF의 성장가능성을 봤다"

더벨 황은재 기자 2009.09.22 10:17
글자크기

김기현 우리자산운용 부본부장 "해외 및 개인 수요 예상보다 크다"

이 기사는 09월21일(11:4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제야 채권 ETF가 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자산운용은 지난 4월 채권 ETF(상장지수펀드)를 준비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KB자산운용이나 삼성투신운용에 비하면 한 발 늦은 출발이다. 순자산 규모는 3145억원으로 5개 채권 ETF 가운데 1위다.

img2.gifimg2.gif
*9월18일 현재, 단위 : 억원



TF를 이끈 김기현 우리자산운용 부본부장(사진)은 채권 ETF를 준비하면서도 '과연 돈이 될까'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15년간 채권시장에 몸담으면서 주식에 밀리고 대체투자에 눌려 채권 투자가 급속히 줄어드는 것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채권 ETF가 과연 상품성이 있겠냐는 주변의 냉소적인 시각도 컸다.

"채권 ETF의 성장가능성을 봤다"


"채권이 다른 투자 상품에 밀리면서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채권 상품에 투자하려 해도 막상 별다른 상품이 없어요. 채권 ETF는 채권시장의 성장을 위해 당위적 성격에서 접근했죠. 채권 ETF만 활성화돼도 채권시장이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말은 담담하게 했지만 채권시장의 고참으로서 책임감이 묻어났다. 책임감이 없었다면 채권 ETF에 뛰어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근 김 부본부장은 채권 ETF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9월 초 우리자산운용은 홍콩에서 ETF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한국에도 채권 ETF가 있음을 알리는 자리 정도로 생각하고 간 자리. 그런데 예상 밖의 수확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을 비롯해 글로벌 브로커리지 회사들이 우리나라 채권 ETF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며 투자 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IB들이 우리나라 채권에 투자해왔지만 이번에 관심을 보인 곳은 통화(Currency:환율 베팅이 아닌 해당 국가의 채권에 투자하는 형태)나 하이브리드(Hybrid :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운용을 맡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투자 금액을 제시하며 우리나라 채권 ETF에서 소화할 수 있느냐는 구체적으로 묻더군요. 세계적인 금융상품 중개회사들이 채권 ETF를 중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요"



원화채권에 집중하는 외국인들은 국내 채권시장을 잘 알고 있지만 통화나 하이브리드 운용 부서는 국내 채권거래에 익숙지 않다. 채권 ETF는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이기에 실시간으로 호가를 제공받을 수 있고 거래상대방에 대한 위험이 없어 통화나 하이브리드 운용부서에서 접근이 쉽다.

설명회를 마치고 귀국한 뒤 우리자산운용은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다시 홍콩으로 날아갔다. 해외 IB들의 채권 ETF 투자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외국인 뿐 아니라 국내 거액자산가와 투자자문사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채권 ETF가 주식과 채권 등의 자산 배분을 위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우리자산운용은 채권 ETF를 이용한 펀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채권 ETF와 주식형 ETF를 묶은 혼합형 상품이다. 순자산 규모2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자산운용의 주식형 ETF와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리테일 상품이 활성화 되면 외국인, 기관, 개인 등 채권 ETF 투자의 3박자를 고루 갖추게 된다.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인의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펀드를 통한 ETF 투자는 개인을 주식에서 채권으로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개인들이 채권 ETF를 매수하게 되면 기관투자가에게는 매도의 기회가 생깁니다. 고평가된 채권ETF를 매도하고 저평가된 국채선물을 매수하는 차익거래가 가능해지죠. 그럼 채권 매매가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고 결국 채권시장의 저변이 넓어지게 되는 겁니다"



김 부본부장은 앞으로 6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채권 ETF 시장은 지금보다 2배 이상(2조원 수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3년 후인 201년에는국내 채권 ETF 시장 규모가10조~20조원 수준으로 급팽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보다 10~20배 가량 성장해야 한다는 얘기지만 현실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투자는 주식과 부동산으로 쏠렸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투자 대상의 다변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최근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고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출구전략 실행을 놓고 논의가 한참입니다. 만약 금융위기 이전으로 정책이 정상화된다면 채권시장은 빠른 속도로 안정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채권 ETF가 급성장하는 황금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우리자산운용은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상장된 국채 ETF에 이어 단기채권 ETF와 초장기채ETF를 검토하고 있다. 단기채권 ETF는 Cash ETF로 MMF처럼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데 적합한 상품이다.

김 부본부장은 1995년 한화경제연구원을 시작으로 삼성증권에서 채권분석 리서치 업무를 맡았다. 2001년에는 매일경제가 선정한 채권분석부분 베스트에널리스트 1위에 올랐다. 2002년부터 운용사로 자리를 옮겨 채권운용을 맡고 있다. 삼성투신운용과 알리안츠자산운용 등을 거쳤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