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청문회 첫날, 야당 의원들은 세종시 사업 추진 방향과 병역 기피·세금 탈루·논문 이중게재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며 공세를 폈다.
정 후보자는 줄곧 굳은 표정으로 긴장한 표정이었으나 일부 의혹에 대해 "제 말씀을 들어달라"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 "세종시 이대론 어려워" 등 소신 고수= 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국가 전체적으로 봐서 행정 비효율 등 문제가 있다"며 세종시법을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세종시 발전을 위해서는 자족 기능을 강화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반면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하루에 최소 200명, 정기국회 기간이면 500여명의 공무원이 하루 4시간을 소위 KTX를 사무실로 두고 일하는게 합리적이냐"며 정 후보자의 입장을 두둔했다.
정 후보자는 한국은행에 제한적인 단독 조사권을 부여하는 한국은행법 개정 논란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한은이 지금보다 더 감독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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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 논란에 대해선 "감세로 인해 혜택을 받을 사람이 얼마 없다"며 "감세를 하면 아무래도 부유한 사람이 덕을 봐 결국은 빈부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구전략 시행 시기와 관련해선 "많은 국민이 경제에 대해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마련해 뒀다가 적당한 때 현명한 판단으로 써야 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아울러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정책에 대해 "일생을 중도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실사구시 입장에서 실용을 주창했다"며 "저는 바뀌지 않았는데 세상이 바뀌어서 비난을 받은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병역 의혹 등 해명 부족해"=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가 군 면제 판정을 받는 과정에서 병역을 기피하려던 의도가 있었는지 명확히 해명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정 후보자는 대학 1학년이던 지난 1966년 보충역 판정을 받았으나 1968년 '부선망 독자'(아버지를 일찍 여읜 외아들)라는 이유 등으로 두 차례 징병 검사를 받은 끝에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1977년 병역을 면제받았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31살 때 고령이란 이유로 면제됐을 뿐 의도적으로 병역을 회피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가 입영 연기 상태이던 1970년 12월 미국 마이애미 대학에 제출한 입학 허가 신청서에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기재한 사실과 1976년 취업비자로 변경해 미국 컬럼비아대 조교수로 취업한 점 등을 들어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지 말라"고 추궁했다.
정 후보자의 세금 탈루 의혹도 제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가 기업체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일부 착오가 있었다고 답했다.
청문회 과정에선 정 후보자가 서울대 교수 시절 Y 중소업체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정 후보자는 "해외에 나갈 때 '너무 궁핍하게 살지 말라'며 2번에 걸쳐 1000만원 정도를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종합소득세 신고 누락과 관련해선 "종합소득세 수정신고를 완료하고 1000만원 가까운 세금을 냈다"고, 강연료 탈루 의혹에는 "외국 세미나 강연으로 수입이 있었으나 이중과세방지협약에 따라 내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