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이제 저를 버려야…" 회고록 출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9.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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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실패가 여러분의 실패는 아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갈 길을 가야 한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 있고 역사는 자기의 길이 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 회고록 중)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고록 '성공과 좌절'이 21일 출간됐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원고지 90페이지 분량의 미완성 원고와 비공개 인터넷 카페에 올렸던 글, 비공개 인터뷰 내용이 담겨 있다.



회고록은 성공보다는 실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성공과 좌절'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스스로 입지를 해체하는 참담함으로' 등으로 이뤄진 제1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가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은 여기에서 "정치를 하면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분명히 좌절이었다"고 고백했다. 또 "시민으로 성공해 만회하고 싶었는데 이제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말았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실패 이야기는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생겼을 것"이라고 적었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던진 자책과 참회 속에서도 후세를 위해 실패담을 남기겠다는 의무감이 책으로 남은 셈이다.



제2부 '나의 정치역정과 참여정부 5년'에는 퇴임을 앞둔 2007년 9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청와대에서 네 차례 가진 인터뷰 내용이 정리돼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배경 △김대중(DJ)·김영삼(YS)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 △남북정상회담 △참여정부 평가 등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속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노 전 대통령은 한미 FTA 추진에 대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의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DJ에 대해서는 "지역분열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지만 세계에 자랑할 만한 지도자"라고, YS에 대해서는 "1987년 이전까지의 정치적 업적은 DJ에 못지않지만 3당 합당으로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고 밝혔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관련해선 "북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장 유연하게 느껴진 사람은 김정일 위원장이었다"며 "나머지 사람들은 대단히 경직돼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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