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연저점 행진, 은행 창구는 지금…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09.2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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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부모 환전 여유, 명동 환전상은 울상

올해 초만 해도 1600원을 향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100원대까지 진입할 기세로 떨어지자 은행의 환전 및 해외송금 창구 표정이 밝아졌다.

반면 고환율로 특수를 누렸던 환전상들은 울상을 짓는다.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는 경우 이들의 명암은 더욱 갈릴 전망이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보다 3.4원 내린 1204.4원으로 마감하며 다시 연저점을 경신했다.



◇"좀 더 기다려 볼까"= 은행 외환 창구에서 가장 표정이 밝아진 이들은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하루하루 환율을 체크하며 마음을 졸이던 유학생 부모들은 이제 "환율이 더 떨어질 것 같은데 좀 더 기다렸다 송금 해야겠다"며 여유를 부릴 정도다.

A은행의 강남 지역 한 지점의 해외송금 담당 직원은 "송금을 위해 찾는 유학생 부모들이 올 상반기에 비해 부쩍 늘었다"면서 "정작 이들 대부분은 조만간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큰 단위의 송금은 미룬다"고 전했다.



인근에 있는 B은행 지점 담당자도 "상반기 하루 1~2건에 그쳤던 송금 횟수가 이달 들어 10건 이상으로 늘었다"며 "특히 미국과 일본으로 송금하는 고객들이 여유로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2일 1000달러를 보내려면 159만원(송금 환율 기준)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122만원이면 충분한 상황이다. 환율 하락만으로 1000달러당 30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신종플루, 너 때문에…."=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여행 경비 환전을 위해 은행을 찾는 이들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 끝난 데다 신종플루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 인근의 C은행 지점 담당자는 "아직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인지 환전 고객이 예년보다 줄었다"며 "특히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환전 고객이 더욱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까지 호황을 누렸던 환전상들이 최근 불황을 겪고 있다"며 "환율 하락에 신종플루까지 겹쳐 관광객이 줄면서 수입이 눈에 띄게 작아졌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포, 원화예금 차익 실현?= 국내 은행에 원화로 예금했던 해외교포들도 환율 하락이 반갑다. 이자를 제외하더라도 환율 하락으로 예상 외의 평가이익을 낸 덕분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높을 때 비거주자 외화예금을 원화로 가입했던 고객이라면 당시에 비해 높은 평가익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라며 "현재 해외에 있는 교포들이 환율 하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환율이 높을 때 투자 목적을 갖고 해외에서 들어온 자금들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며 "원화로 예금했던 교포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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