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와 공연계

서희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2009.09.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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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태의 클래식 바이러스] 무조건적인 행사 폐쇄가 정답일까

신종플루와 공연계


지난 3일 행정안전부가 1000명 이상이 참석하고 이틀이상 계속되는 지자체의 행사, 축제를 열지 말라는 지침을 내놓더니 일주일 만에 이를 번복하여 새로운 지침을 내렸다.

그것은 고위험군(5세미만의 영유아, 65이상의 노인, 임산부, 만성질환자)을 대상으로 한 폐쇄된 실내 행사나 감염예방 조치를 시행하기 어려운 축제. 행사만 열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이미 기존 지침에 따라 축제·행사를 무려 233건이나 취소하고 53건은 연기, 축소된 행사만도 123건이나 된다.

새 치침대로라면 이미 취소, 연기, 축소된 행사를 자율로 개최여부를 판단해 다시 열 수 있다고 허용한 것이지만 이미 이러한 조치를 취한 각 지자체나 공연계는 새로운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지만 갑작스런 행사, 축제, 공연의 취소로 이를 대행하고 준비하던 수많은 업체와 공연계는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당하고 있다.

큰 국가적인 일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언제나 생기기 마련이다. 그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신종플루로 최근까지 몇 분이 안타깝게 사망하였다. 먼저 그 분들의 명복을 빈다. 물론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한다.

하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모든 행사를 취소하면 그걸 준비해 오고 있던 많은 업계의 사람들은 앞이 캄캄해질 수밖에 없다. 행정은 앞뒤를 생각하면서, 그리고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해서 일괄적이고 확실한 결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4~50대에게 있어서 산아제한정책이란 말은 매우 익숙하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딸 아들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라는 가족계획 구호와 함께 쉽게 말해 아이를 많이 낳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었다.

한때는 예비군 훈련장에서 정관수술을 받으면 즉석에서 훈련을 면제해 주기까지 했다. 이 멋진(?)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일까?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에서 최저 출산률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전문가들은 지금수준의 인구가 유지되려면 출산율이 2.1명은 되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근시안적인 행정이 낳은 어처구니없는 결과다. 일 년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1만2000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차량운행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1000명이상 모이는 모임은 모두 취소하라면 학교도 모두 문 닫고, 큰 대 기업들도 모두 출근하지 말고, 1000명이상 근무하는 공장들 다 휴업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번져가는 이 일이 어려운지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무조건 적인 정책보다는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매일 소독하고, 손 세정제를 구비하게하고, 소독발판을 사용하고.....



그렇게 한다면 이 위기가 오히려 일자리 창출과 소독, 세정업계의 호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사회는 계속 순환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 경제위기 속에서 모두가 협력하여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눈부신 회복을 했다고 자랑하더니 이러면 다시 경제가 위축되지 않을까? 경제 때문에 보건을 뒷전으로 내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공연계 또한 이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고 수많은 업계의 사람들이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받고 있다. 각 공연장의 대표들의 한숨소리도 늘어만 가고 있고, 월급을 줘야하는 공연단체들의 장들은 더 할 나위 없이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정책이 제시되었다면 이런 불상사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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