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수소충전기로부터 자동차에 수소를 충전한다. 아파트와 같은 인구밀집 지역엔 어디든지 폭발 위험이 없는 안전수소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기 때문에 지하주자창의 충전소에서도 공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만나서 생기는 소량의 물(H2O)만 차 밖으로 나올 뿐이다.
경기 용인 구성읍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임태원 연구개발총괄본부 연료전지개발실장(이사)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10년 후 출근길이다.
"앞으로 석유 엔진과 전기 모터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가 각각의 특성에 맞게 시장을 점유하게 될 것입니다. 이중에서도 수소연료전지차는 석유, 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궁극적인 그린카입니다"
"베르나 급 소형차에 운전석을 뺀 조수석과 뒷자리에 엄청난 부피의 '스택'을 탑재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처음엔 이걸 싣고 차가 움직일 수 있을까 걱정했죠. 그런데 거짓말처럼 차가 서서히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원들 모두 시험장에서 얼싸안고 만세를 불렀죠."
첫 장벽을 넘은 뒤에도 여러 차례 고비는 있었다. 그러나 1999년 2KW '스택'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순수 국내 기술로 100KW급 '스택' 개발에 성공했다. 100KW급은 석유엔진으로 환산하면 100~120마력의 출력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기아차의 경차 '모닝'이 80마력대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주행성능은 갖췄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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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소연료전지차에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충전소 확보와 아직 비싼 자동차 가격, 10년 이상 주행이 가능한 내구성 확보다.
국내에 10여 개 있는 수소충전소의 건설 비용은 한 곳당 50억~100억원 정도다. 수소연료전지차 가격 역시 1억원 안팎으로 비싸다. 핵심부품인 '스텍'의 내구성도 5~6년 수준으로 상용화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1987년 독자모젤 엔진개발에 착수해 5년6개월의 노력 끝에 순수 독자기술로 1.5리터급 가솔린 '알파엔진'을 만든 곳이 바로 이 곳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연구소(당시 마북연구소)이다.
당시 연구원으로 직접 '알파엔진' 개발에 참여했던 유기호 연료전지개발2팀장 (이사)은 "최초의 국산 엔진 개발에 참여했던 선배 연구원들의 땀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연구소에서 이제 후배들이 '그린카'라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라며 가슴을 폈다. 그는 "최근 세계 각국이 하이브리드차에 세제 지원을 하는 것처럼 수소연료전지차도 충전소 건립과 구매 보조금을 지원한다면 예상보다 빠른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연구원들은 성능시험실의 시스템을 24시간 풀가동하며 실시간으로 '스택'의 내구성을 점검하는 한편 국내(18대)와 미국(16대)에서도 장거리 혹서기ㆍ혹한기 주행 능력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목표는 우선 오는 2012년 소량 생산을 시작해 2015년 1만대, 2018년 3만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차 초기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3만대 이상이 양산되면 가격도 합리적으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10년 후인 2019년부터는 대중화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