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NO병(病)' 고친 패션 CEO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9.09.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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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명 사장, 법정관리 졸업한 인디에프 재기 이끌어..올해 매출 3500억 달성

↑김기명 인디에프 사장은 인터뷰 내내 '기본에 충실한 질적 성장 추구'와 '도전정신'을 강조했다.↑김기명 인디에프 사장은 인터뷰 내내 '기본에 충실한 질적 성장 추구'와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님의 시 '꽃'의 한 구절이다. 이 시구에 담긴 의미를 경영의 출발점으로 삼은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패션업체 인디에프의 '구원 투수'인 김기명(52) 인디에프 사장은 "직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면 구성원 각자와 가까워지면서 조직에 믿음이 쌓이게 되고 회사도 성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인디에프는 옛 나산이 주인과 이름을 바꾸며 새롭게 태어난 회사다. 나산은 조이너스, 꼼빠니아 등 9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복 브랜드로 유명했지만 부도를 맞고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2006년 의류 주문자상표생산(OEM) 업체인 세아상역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법정관리에서 벗어났고 사명을 지금의 인디에프로 바꾸면서 본격적인 재도약에 나섰다.

2007년 6월부터 인디에프의 재기를 이끌어 온 김기명 사장이 대표이사 부임 이후 가장 주력했던 부분은 바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일이었다. "오랜 법정관리 기간 동안 조직이 '노'(NO)의 문화'에 젖어 있었습니다. 법정관리 체제에서 책임을 지는 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보니 책임지지 않으려는 문화가 회사에 퍼져 있었지요. 제일 먼저 조직문화를 바꾸는 게 시급했습니다."



김 사장은 기존의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문화를 타파하고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일일이 직원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어색해했지만 이제 '사장님'과의 눈인사도 자연스러워질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그러면서 직원들의 애사심이 커졌고 일의 효율도 높아졌다.

500명이 넘는 전체 직원들 중 절반 이상의 이름을 외우는 김 사장은 늘 직원들에게 "직급을 떠나 같이 일을 하자. 권위를 떠나 하고 싶은 얘기는 언제든 하라. 연공서열에 매달리지 마라, 도전하라"고 강조한다.

김 사장은 외국계 회사에서 무역업무를 오랫동안 했고 월마트의 구매 책임자를 역임하는 등 수출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았다. 35살에 나이에 이사가 됐고 38살 되던 95년엔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그런 그가 내수 업종인 패션회사 인디에프의 대표이사를 맡은 것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인디에프에서 계속된 그의 도전정신은 다양한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모기업인 세아상역으로부터 넘겨받은 의류 브랜드 '테이트'(TATE)는 해를 거듭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테이트는 도입 첫해인 2007년 매출이 190억원에 불과했지만 2008년 52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1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입니다."

김 사장은 테이트를 자라,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에 맞설 대항마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스비는 올 4월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매장이 10개로 늘었는데, 내년에는 30개를 추가로 더 열 계획입니다."

구상중인 신규사업도 다양하다. 메트로시티 출신의 이기호 상무를 영입, 잡화 시장에 진출을 추진 중이며 해외 스포츠 의류 브랜드도 선보일 계획이다. "약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잡화만으로도 500억~1000억원의 추가 매출 창출 효과를 기대합니다. 또 인디에프 자체 소요 물량을 생산하는 개성공단 사업도 순항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인디에프의 올해 매출이 35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리점 매출을 제외한 공시 상 매출은 지난해 2269억원에 이어 올해는 24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7% 증가한 1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연초 직원들에게 '기본에 충실한 질적 성장 추구'를 화두로 제시했다. 옛 나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난 인디에프에 새 장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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