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현대제철 장기운송계약 입찰 거부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09.09.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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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선사 입찰 참여 반대..원자재 운송 놓고 화주와 해운업계 갈등

"원자재 수송은 국적 선사가 맡아야 한다." "원가 절감을 위해 국제 입찰은 불가피하다."

유연탄과 철광석 등 기초 원자재 해상 운송을 놓고 화주(貨主)와 해운업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대제철 (24,400원 ▲100 +0.41%)글로비스 (117,300원 ▼300 -0.26%)를 통해 호주, 브라질 등에서 수입될 연간 240만톤 규모의 유연탄 장기운송(2∼3년) 및 전용선(10∼20년) 계약에 대해 국제 입찰을 하기로 결정하고 일본선사인 엔와이케이(NYK), 케이-라인(K-LINE) 등을 초청하자 국내 해운사들은 아예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앞서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들이 연료탄 등 장기수송계약을 NYK 등 일본선사들과 체결하며 벌어진 해운업계와 갈등이 이번에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최근 국내 해운과 조선 산업이 공동으로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입찰 가운데 특히 전용선 계약에 외국 선사들을 초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게 해운사들의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남부발전과 SK해운이 상생방식의 계약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화주와 선사 간에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민간기업인 현대제철이 일본 업체를 입찰에 참여시키는 일이 발생하자 각 선사들이 해운업계의 일관된 태도를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특히 에너지 안보의 측면에서도 석탄, 철광석, 유연탄 등 주요 원자재의 국적선 수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선주협회도 이와 관련해 "일본의 경우, 발전 자회들이 지명입찰제를 통해 대량화물 운송권을 일본 선사에만 몰아주고 있다"면서 "국적선사를 이용해 물류주권을 확보하는 일본의 선-화주간 협력사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량 화주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국제 입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량 화주의 한 관계자는 "국제 입찰은 원가절감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정당한 절차를 통해 입찰을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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