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브로커 가장한 전문사기단, '주의보'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9.2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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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유명 상장사 내세워 투자권유

이달 들어 명동 사채시장을 찾는 금융 브로커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명동에서 자금을 조달해 달라는 코스닥 상장업체들의 요청을 받고서다. 그러나 이들 브로커 중 일부는 유명 코스닥 업체를 내세워 사기행각을 펼치고 있어, 명동 업자들은 이들의 방문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부띠끄 방문 급증, 상장사 어음할인 대행=명동 모 어음할인 업체 대표는 지난주 예고 없이 찾아온 낮선 손님들의 방문을 받았다. 이들은 자신들을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둔 투자전문회사 소속 직원들이라고 소개하며,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어음 60억원 어치를 보유 중인데 할인 여부를 알기 위해 이곳을 직접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체는 소위 '부띠끄'로 불리는 금융전문 브로커들로, 코스닥 A사의 의뢰를 받고 어음할인 중개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통상 사채시장을 이용할 때 이런 부띠끄를 끼고 접촉을 시도한다. 명동 사채시장에서 어음을 할인했다는 소문이 돌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할인업체 대표는 "이들 브로커는 되도록 클라이언트를 감춘 상태에서 어음을 할인하려 한다"면서 "결산 전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다 재무상황을 개선하려는 코스닥 업체들이 늘면서 이들 부띠끄 업자의 방문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탕 노리는 부띠끄 사기단, '경계령'=코스닥 상장사의 어음을 들고 명동을 찾는 브로커들의 방문으로 명동 사채시장은 오랜만에 활기를 찾고 있지만, 일부 브로커에게 사기피해를 입은 명동 업자들의 소식도 간간히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코스닥 A사를 내세워 어음할인 문의를 한 부띠끄 관계자들도 이 같은 사기조직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명동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우선 이들이 회사규모에 비해 자금운용능력을 지나치게 부풀려 과시한 점이 명동 업자들의 의심을 샀다.

이들의 방문을 받은 할인업체 대표는 "이들은 어음을 할인받으면 일단 20억원만 A사에 전달하고 나머지 40억원은 자신들이 직접 운용할 거라며 자금운용능력을 은근히 과시했다"면서 "결국 A사에서 이같은 거액의 자금 운용을 이들 브로커에게 일임했다는 말인데 이는 믿기 힘든 얘기"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 사기단은 통상 어음할인 요청과 동시에 해외자원개발이나 부동산 관련 투자를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으로 명동업자들로부터 자금을 챙긴 뒤 자취를 감춘다는 것이다.

명동 관계자는 "이들은 어음할인 협상에 이어 통상 자신들이 운용하는 해외투자펀드 등에 참여를 권유한다"면서 "유명 상장사를 내세우고 그럴듯한 자금운용능력을 과시하면 명동 업자들 중에도 깜빡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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