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실화된 'DTI 풍선효과'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9.2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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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실화된 'DTI 풍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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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아파트마다 이 같은 내용이 적힌 전단지가 넘치고 있다. 최대한 많이, 가능하면 저렴하게 돈을 빌려준다는 내용 일색이다. 이 전단지를 살포하는 곳은 저축은행을 포함한 제2금융권이다. 지난 7일 총부채상환제(DTI)가 서울과 수도권 모든 지역으로 확대되자 나타난 현상이다. 앞으론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드니까 2금융권으로 오라는 유혹의 손짓이다.

실제 은행권 대출이 막힌 많은 사람들이 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의 DTI 규제로 나타난 '풍선효과'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출 문의가 쇄도하고 있고 실제 주택담보대출 건수도 크게 늘었다"며 "영업점마다 홍보 활동을 계속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DTI 풍선효과는 부동산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대출 규제로 기존 주택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비교적 돈이 덜 들어가는 신규 분양시장은 연일 장사진이다. 많은 신규 단지에서 두자리 수 이상의 청약경쟁률이 나타나고 있다. 미분양이 속출하던 지난해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가 나왔는데 이 때문에 집값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처럼 DTI 풍선효과가 현실화 되자 당국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로써 또 하나의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정부의 근시안적인 수요억제책은 규제를 위한 규제를 낳는다. 시장을 보다 멀리 내다보며 면밀하게 분석해야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현실화된 DTI 풍선효과에 당국이 내밀 카드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규제가 다시 새로운 규제를 낳는 형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번엔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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