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푸틴, 2024년까지 집권?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9.09.18 07:00
글자크기
[기자수첩]푸틴, 2024년까지 집권?


러시아 정치엔 유별난 전통이 있다. 배신의 역사다. 스탈린 이후 권력자는 늘 자신이 믿고 키웠던 후배에게 덜미를 잡혔다.

스탈린이 발탁했던 흐루쇼프(흐루시초프)는 1953년 스탈린 사후 스탈린 격하 운동으로 자신의 정치생명을 유지했다.

흐루쇼프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 그가 아끼던 브레즈네프다. 64년 브레즈네프는 흐루쇼프의 휴가 중에 회의를 소집, 흐루쇼프를 공산당 제1서기에서 해임했다.



브레즈네프가 82년 사망하고 수년간 집단지도체제를 거쳐 85년 등장한 인물이 고르바초프다. 그 또한 자신을 강력히 지지했던 안드레이 그로미코 외무장관을 끌어내리고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배신의 전통을 계승한 셈이다.

옐친은 고르바초프가 중앙 정치무대로 끌어올린 인물. 옐친은 고르바초프가 91년 보수파 쿠데타 이후 위기에 처했을 때 은혜를 갚기보다 그의 반대편에 섰고 결국 소련 붕괴의 한 주역이 됐다.



푸틴(57)은 어땠나. 지난 99년 혜성처럼 등장한 푸틴은 옐친 가족에 대한 수사 중단과 자유시장경제 추진을 약속하며 옐친의 후계자로 낙점된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뒤 옐친 정권을 떠받치던 올리가르히를 대대적으로 숙청했고 민영화된 자원기업을 도로 국유화해 국가의 경제 통제를 강화했다. 옐친도 배신당했다.

지난해 대선은 사뭇 달랐다. 푸틴 대통령이 지명한 메드베데프 부총리(44)가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이 됐고 배신의 역사는 사라진 듯 했다.

집권당 대표 겸 총리인 푸틴이 최근 2012년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푸틴이 대통령 8년, 총리 4년에 이어 6년 임기의 대통령에 오르고 연임마저 성공하면 24년간 집권하는 셈이다.


이 경우 권위주의 통치가 부활하고 보호주의 무역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에서 요구해 온 민주정치나 인권은 후퇴할 수 있다.

16일 로이터통신은 죽어서야 권좌에서 물러났던 브레즈네프처럼 푸틴이 사실상 종신집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러시아의 정치사를 언급하며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갈등 가능성을 제기한다. 혹 메드베데프가 푸틴에 등을 돌리지는 않을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