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에 투자하기 좋은때 왔다"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09.09.1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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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맨인베스트먼트, "부실채권ㆍMBS투자 지금이 기회"

"기업 대 기업 인수합병(M&A)에서 수익성 높은 차익거래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펀드들이 부실채권을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유럽계 대안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인 맨인베스트먼트(Man Investments)의 존 에인젤 COO(Chief Operating Officer)는 17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간 M&A 상황을 노리고 주식과 채권 등에 대한 차익거래로 수익을 올리는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헤지펀드가 최근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인젤 COO는 "특히 금융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부실채권이 증가하기 때문에 경기회복 과정에서 가격 매력이 높은 자산들에 투자기회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기피됐던 모기지담보증권(MBS)이 내재가치 이하로까지 하락해 본격적으로 투자가 가능한 시점이 됐다"면서 "서브프라임 직전 MBS를 내다팔아 손실을 줄인 것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이 최근 다시 MBS를 매수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올 2분기 들어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금융위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듯 보이나 중앙은행과 정부 정책이 시장의 향방을 주도하는 만큼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동일한 자산이라도 가격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자산의 가격 차이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헤지펀드 투자가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본시장법에서 개인들의 헤지펀드 투자가 허용되면 대안투자로서 헤지펀드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맨인베스트먼트는 한국 시장에서 은행과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 고객을 주로 거느리고 있다.

지젤 리 맨인베스트먼트 한국영업총괄은 "금융위기로 보험사 등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자산을 회수하는 동안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 특히 아시아 고객들의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면서 "하락장일 때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는 헤지펀드의 장점이 부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리 영업총괄은 "헤지펀드가 높은 레버리지로 공격적인 투자를 주로 하는 것처럼 오해가 있지만 오히려 금융위기 직후부터 레버리지를 줄이기 시작해 현재 레버리지 비율을 0%까지 낮췄다"며 "투자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에 대해 투자자 요구가 증가한 데 따라 보다 투명하고 투자자산을 쉽게 조정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아직 개인의 헤지펀드 투자가 허용되고 있지 않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볼 때 시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본다"면서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헤지펀드 투자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 한국 소매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맨인베스트먼트는 1783년 설립돼 1983년 자산운용업에 진출했으며 1994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스톡익스체인지(FTSE)에 상장됐다. 전세계 4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 중이며 지난해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한 이후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진출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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