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신종플루 치료제' 개발의미는?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9.09.16 13:56
글자크기

내성·변종 바이러스 대응..예방적 사용도 가능

이번에 셀트리온과 세브란스가 개발하는 신종플루 치료제가 갖는 특징은 크게 4가지다.

◇타미플루 못 먹은 중증환자에 대안 〓우선 타미플루에 대한 대안이다. 현재 신종플루 치료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타미플루'는 항바이러스제로 감염 후 48시간 내에 먹어야 한다. 타미플루는 바이러스 증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미 바이러스가 상당 부분 증식돼 있으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 기간이 48시간이다.

그러나 신종플루 치료제는 바이러스와 싸워 이긴 항체를 대량으로 만들어 환자에게 주사제로 주입한다. 48시간이 지난 뒤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타미플루에 내성이 생긴 사람에도 유효하다.



타미플루는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 가운데 N1에 작용하는 반면 이번에 개발되는 항체치료제는 H1을 타깃으로 한다. N1에 변이가 일어나 내성이 생겼더라도 H1을 잡아 치료효과를 낼 수 있다.

가격이 200달러(예상)에 달하는 항체치료제에 비해서는 타미플루가 저렴하므로, 의료진은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투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에 효과적 대응〓두번째는 기존 예방백신에 대한 대안이다. 백신이 있다고 해서 치료제가 필요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계절독감 백신은 보통사람은 80~90%, 노인은 60~70%가 예방된다. 백신을 맞고서도 바이러스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에서도 계절독감 예방접종을 받고도 연간 3만6000명이 독감에 걸린다.

이밖에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경우에도 기존 백신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셀트리온은 이를 감안, 다양한 항원에 대응할 수 있는 멀티항체를 만들 계획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대유행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범용치료제 개발이 목표다.


김준명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플루가 과거 스페인독감처럼 치명률 등이 큰 인플루엔자로 바뀔 수 있다"며 "타미플루가 예상만큼 효과를 못 보거나 변종 출현으로 백신을 쓸 수 없게 됐을 때 환자 치료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효능 입증 땐 예방적 사용도〓나아가 이 치료제는 효능이 입증될 경우 예방적 목적으로 사용도 가능할 전망이다. 정준호 서울대의대 교수는 "치료형 항체이지만 감염이 의심되나 증상이 나타나기 전의 고위험군에게 예방적으로 조기에 사용될 수도 있다"며 "소아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주권' 확립..과도한 불안 잠재워 〓마지막으로는 바이러스 공격이란 비상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 인프라를 확립한다는 점이다. 현재 항바이러스제는 전적으로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

백신도 녹십자 (151,200원 ▼2,400 -1.56%)가 올해부터 백신생산을 하지 않았다면 전량을 해외 공급에 의존할 판이었다. 서정진 셀트리온 대표는 "새로운 바이러스 질환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이를 개발할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해결책이 있음을 알게 되면 지금처럼 신종플루에 대한 과도한 불안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는 유럽의 크루셀(조류독감 및 신종플루용 항체치료제 개발)이나 미국 하버드대학 등이 바이러스용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셀트리온과 세브란스가 일본·미국 등 해외 기관과 손을 잡고 세계 첫 바이러스 항체치료제 개발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