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잡는 대안 무기 나온다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9.09.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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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항체치료제 개발은 지금까지 사용됐던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와 예방 백신 이외에 신종플루 치료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신종플루는 국내에서도 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항바이러스제의 내성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방 백신은 물량이 제한돼 있어 올해 안에 전 국민 접종이 어렵고, 변종이 생길 경우 예방효과를 확신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접종 후에도 100% 예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이명근 기자@사진=이명근 기자


◇타미플루·백신 외 새로운 대안〓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또 다른 해결책으로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바이러스 독성을 중화하는 항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었다.



항체치료제는 신종플루와 싸워 이긴 항체를 대량으로 생산해 신종플루를 치료하는 방식이다. 회복기 환자의 혈액에는 신종플루에 대항해 우리 몸이 생산한 150여개의 항체가 있는데, 이 가운데 특히 힘이 센 항체를 선별해 치료제로 개발하게 된다.

인위적으로 항체를 만들어 신종플루를 치료할 수 있다면 항바이러스제 투약 시기(증상 발현 후 48시간 이내)를 놓쳤거나 내성이 생긴 사람, 예방 백신 접종 후 감염된 사람에도 쓸 수 있어 주목된다.

◇변이·내성 한 번에 잡는다〓특히 이번에 셀트리온과 세브란스가 개발하는 항체치료제는 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항체는 바이러스 단백질의 특정 부위를 인식하는 면역백질로 우리 몸은 한 바이러스에 여러 항체를 동시에 생산한다.


이번 신종플루 항체치료제는 감염 후 생산되는 150여개의 항체 가운데 효과가 예상되는 5개의 항체(단클론중화항체)를 선정해 칵테일 방식으로 개발된다.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다양한 항체 가운데 특히 잘 작용할 것으로 생각되는 5종을 '별동대'로 만드는 셈이다.

칵테일 방식이란 환자에 하나의 항체만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항체를 섞어서 한 번에 주입하는 방식을 말한다.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여러 항체가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일부 변이가 일어나도 해당 바이러스를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셀트리온은 이번에 개발하는 치료제가 항바이러스에 내성을 보인 경우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표면에는 항원단백질 헤마글루티닌(H, hemagglutinin)과 뉴라미니데이즈(N, neuraminidase)가 있는데, 항바이러스제는 이중 N단백질에 작용해 바이러스 증식을 방해한다.

이번에 개발되는 항체치료제는 H단백질을 타깃으로 한다. 따라서 N단백질에 변이가 일어난 내성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일본 등과 글로벌 협력〓치료제 개발의 핵심은 항체 선별(스크리닝)기술이다. 얼마나 효과가 좋은 항체를 빨리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다.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하기 전에 치료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176,800원 ▼1,600 -0.90%)은 이를 위해 일본 도야마 대학 및 서울대의대(정준호 교수)와 협력키로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합세한다.

세브란스에서 회복기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면 도야마대학이 이 가운데 신종플루 항체를 선별하게 된다. CDC는 이 항체 가운데 가장 효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5개 항체를 선정해 셀트리온에 보내게 된다.

셀트리온은 여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1~2개월로 보고 있다. 이후 상업적 생산까지는 전임상.임상시험 등의 과정이 남았다. 임상은 국내 세브란스병원에서 수행한다.

이에 대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임상용 샘플은 내년 경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하는 곳이 있으면 외국에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멀티항체 개발 〓CDC가 이번 치료제 개발에 관여한 이유는 이 기관이 조류독감, 스페인독감 등 그동안 유행했던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어서다.

셀트리온은 이번 CDC와의 협력을 계기로 장기적으로 변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멀티 항체 개발에도 나선다. 이번 신종플루 치료제 개발을 계기로 앞으로 닥쳐올 수 있는 대유행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닦을 계획이다.

서 회장은 "유행 바이러스는 해마다 나온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인플루엔자 항체 치료제를 회사의 주요사업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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