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삼성vs샤프, 자존심 건 LCD 소송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9.09.15 15:45
글자크기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업계 1위 삼성전자와 초기 LCD 산업을 안착시킨 'LCD 원조' 일본 샤프간의 LCD '특허전'이 수출 금지 판결과 특허 회피 설계 도입으로 이어지는 등 타협 없는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세계 LCD 시장의 패권 경쟁, LCD 업계 거목들 간의 자존심 싸움이 극단적인 대결 구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소모전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계속된 소송=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샤프의 소송전은 지난 2007년 8월 샤프가 삼성전자 (62,600원 ▼400 -0.63%)를 상대로 LCD 관련 특허 5건을 침해했다며 미 텍사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소송과 맞소송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샤프는 그해 11월 다시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고, 삼성전자는 같은 달 샤프를 미 텍사스 연방법원에 맞제소한 것을 시작으로 12월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일본에 각각 소송을 냈다. 샤프는 다음해 1월 삼성전자를 ITC에 맞제소했고, 앞선 12월에는 한국 법원에서도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샤프 회피 설계로 대응= 여러 건의 소송 중에 가장 빨리 진행된 것이 미 ITC 건이다. 샤프는 지난 6월 특허 침해 최종 판결을 받고 미국 시장 수출 금지 조치까지 받았다. 중간 과정에서 삼성과의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샤프는 타협 대신 회피 설계를 통한 돌파를 택했다.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형태로 제품 설계를 바꾼 것이다. 현재까지 샤프 제품의 대미 수출에는 차질이 빚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ITC가 최근 최종 판결을 앞두고 특허 침해 사실을 재확인하면서 특허침해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측은 이미 특허 회피 설계를 준비를 해와 특허 침해 판결과 수출 금지 조치가 내려지더라도 수출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새 설계를 적용한 LCD 양산에 들어갔으면 연말까지 모든 제품을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지나친 소모전 지적도= 삼성전자와 샤프의 소송전은 ITC 건이 끝이 아니다. 미국 텍사스 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고 일본에 제기된 소송은 1심 판결만 났다. 일본에선 샤프가 제기한 소송에서는 샤프가, 삼성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삼성이 각각 승소했다.


대규모 특허료와 양측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소모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에 판매하는 LCD TV와 모니터 제품 대부분이 ITC 소송의 대상이다. 자칫 회피 설계 제품으로의 교체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경우 세계 최대 LCD TV 및 모니터 시장인 미국 영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 특허 전문가는 "양측이 특허료를 내더라도 연간으로 보면 수백 억 원 정도로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신경전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리스크가 큰 싸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