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잡는 의약품 개발 가속화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9.09.1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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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ABC]

신종플루 확산이 지속되면서 내성 또는 변종 바이러스 출현 여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세계 각국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주된 무기로 쓰는 것은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와 리렌자. 다행히 아직까지 항바이러스제는 큰 내성을 보이지 않고 효과를 내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변종 바이러스도 아직은 보고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내성은 무엇이고 변종 바이러스는 무엇인데 이들의 출현을 걱정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우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이는 또 표면 항원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 hemagglutinin)과 뉴라미니데이즈(N, neuraminidase)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H와 N은 발견 순서에 따라 번호를 붙이는데, 지금까지 H는 16종류, N은 9종류가 보고됐다. 독감 바이러스 H1N1이란 H단백질 1형과 N단백질 1형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대유행을 일으킨 바이러스 가운데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는 H1N1, 조류독감은 H5N1, 아시안독감은 H2N2, 홍콩은 H3N2였다. 이번 신종플루는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와 같은 H1N1이다.



헤마글루티닌과 뉴라미니데이즈는 바이러스가 숙주(세포)를 감염시키고 증식한 뒤 증식된 새 바이러스가 다른 숙주로 옮겨가는 과정에 관여한다. H단백질은 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인식해 바이러스를 숙주 속으로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 N단백질은 증식한 바이러스가 다른 숙주로 이동할 때 기존 세포와 숙주와의 연결고리를 끊어 준다.

항바이러스제는 바로 이 N단백질에 작용해 바이러스 증식을 방해한다. 내성이 생긴다는 의미는 N단백질의 아미노산 하나가 변형된 경우다. 이렇게 되면 N단백질의 구조 일부가 변해 항바이러스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된다. H1형은 특히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률이 높아 골치거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8년9월부터 2009년3월까지 계절독감 바이러스 H1N1형의 타미플루 내성률은 평균 96%에 달했다.

'아미노산 하나' 정도 변이라면 내성에서 그치지만 이 같은 미미한 변화가 누적돼 보다 큰 변화로 이어지면(소변이)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게 된다.


기존 항원단백질을 기준으로 만든 백신이 새로 바뀐 바이러스에 더 이상 작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계절독감 백신 접종을 매년 새로 맞는 이유다.

그런데 아예 N 또는 H 단백질의 숫자를 새로 붙여야 할 정도의 큰 변화(대변이)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바이러스를 변종 바이러스라고 부른다. 이때는 독성이나 치명률, 바이러스 전파력 등이 바뀔 수 있다. 기존의 백신도 효과가 없어진다. 영향력을 새로 가늠해봐야 하는 '새 바이러스'가 출현한 셈이다.

이와 관련, 과학자들은 최근 들어 H단백질에 주목하고 있다. 항바이러스제가 작용하는 N단백질이 아닌, H단백질을 공략해 바이러스를 치료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의 제약사 크루셀이 이처럼 H단백질에 작용하는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크루셀은 H단백질 가운데 잘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부분을 타깃으로 조류독감은 물론 신종플루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N보다 H단백질이 바이러스 복제에 더 깊이 관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며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H단백질을 공략하기 때문에 N단백질에 변이가 일어난 내성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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