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실로 충분?" '병원내 2차감염' 현실로~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9.09.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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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거점치료병원 내 2차감염 발생

"1인실처럼 별도 격리공간만 갖춰져 있으면 병원 내 감염은 막을 수 있습니다. 병원들이 신종플루 거점치료병원을 너무 '호들갑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지난달 말 보건당국이 신종인플루엔자 거점치료병원 운영계획을 발표한 후 서울대병원 등 일부 유명병원이 참여 거부의사를 밝히자 정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당시 병원들은 "암이나 백혈병 등으로 면역력이 현저히 저하된 환자들과 신종플루 감염자들을 한 공간에서 치료하며 2차 감염을 막아낼 자신이 없다"고 호소했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들의 주장을 '과민반응'으로 규정했고, 껄끄러운 일에 휘말리고 싶어하지 않는 무책임한 의료기관으로 매도했다.

한달이 지난 지금(15일), 정부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대구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던 61세 환자와 9세 어린이, 70대 노인이 신종플루에 감염됐다. 치료받던 중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료진 중 1명도 확진판정을 받았다.



병원 내 2차 감염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섣불리 거점치료병원을 선정해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거점치료병원 중 이같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 최고병원으로 알려진 서울대병원 마저 "병원 환기시스템이 중앙통제 방식이라 신종플루 환자들에게 건물 하나를 통째로 내주지 않고는 일반환자들이 감염될 위험이 큰 상황"이라며 손을 내저었을 정도니 다른 병원 사정은 알만하다.

지난 5월 5000억원을 들여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개원한 서울성모병원도 "백혈병 등으로 면역기능이 저하돼있는 환자가 다른병원에 비해 최고 40% 가량 많아 2차감염이 우려된다"며 거점치료병원에 참여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국가적 위기상황을 남일 보듯 하는 무책임한 의료기관이라는 여론에 휘말려 뒤늦게 참여하기로 결정했고, 현재 신종플루 감염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거부의사를 밝혔을 때와 비교해 감염관리 사정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1인실 정도 있으면 걱정없다는 보건당국의 말처럼 되기만 바랄 뿐이다.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신종플루 감염자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1인실로 직행하는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1인실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감염자의 경우 이동을 최소화하고 분리된 공간에서 진료하라는게 보건당국이 내린 진료지침이지만 아무런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464개 거점치료병원 대부분은 응급실 입구에 컨테이너박스나 천막 등으로 임시진료소를 차려놓고 신종플루 감염여부를 검사한 뒤 타미플루를 직접 주거나 처방해주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할 수 있는 게 거기까지"라는 하소연이다.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애초부터 병원별로 역량을 조사한 후 감염관리 능력을 갖춘 곳만 선별해 거점치료병원으로 선정하거나, 공공의료기관을 통째로 치료병원으로 세팅해 집중관리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했다"며 "이번 원내 감염은 성급한 정책 추진이 부른 참사의 예고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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