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6만원 이자비용 "뭐가 문제지?"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9.09.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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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없는 가구까지 평균…원금 반영안돼 '혼란'

-2분기 월평균 이자비용 6만5932원 사상 최대
-엉뚱한 통계로 잘못된 정책 유발…세밀한 통계 필요


월 6만5932원이라는 가계의 이자비용이 사상 최대라는 보도가 국민들과 정책당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정확한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통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들은 매월 9만9000원이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홈쇼핑 광고도 있는데, 월 6만6000원도 안되는 이자비용이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정부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계빚을 핑계로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호들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월 6.6만원 이자비용 "뭐가 문제지?"


14일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6만5932원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 최대지만 통계상 착시이자 평균의 오류다. 전국가구의 이자비용을 평균하면서 가구별 특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통계청은 소득과 이자비용 등 가계동향조사 관련 통계를 작성할 때 전국 2인이상 약 9000가구의 가계부를 조사해 항목별로 평균치를 내고 있다. 통계청은 "소득 및 지출은 해당 항목에 대한 지출을 하지 않는 가구까지 포함했다"며 통계 이용시 유의하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소득이 400만원이고 이자비용이 0원인 A가구와 소득이 200만원이고 이자비용이 30만원인 B가구가 있다고 가정하자. A가구와 B가구를 평균하면 소득은 300만원, 이자비용은 15만원이다. 이자비용이 소득의 5%로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가구별로 살펴보면 달라진다. A가구는 이자비용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B가구는 소득의 15%를 이자로 내야 한다. 보통 이자를 가장 먼저 내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다. 소비지출이 줄어 국가 전체로도 좋지 못하다.

원금부담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가계동향조사의 태생적인 한계도 있다. 빚이 있으면 이자 뿐만 아니라 원금도 갚지만 가계동향조사에서 원금 상환은 돈을 쓴 것이 아니라 저축한 것으로 잡힌다.


예컨대 소득이 300만원인 직장인 C씨가 소비지출 등에 250만원을 쓰고 대출 원금과 이자에 각각 40만원, 10만원을 썼다고 하자. C씨는 원리금 부담이 50만원에 달하지만 가계동향조사에는 원금 상환 40만원은 지출이 아니라 일종의 저축인 가계흑자로 계산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동향조사에서 원리금 상환은 이자와 원금을 분리해 이자만 지출로 계산한다"며 "자산 항목은 현금이든 유가증권이든 부동산이든 같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엉뚱한 통계는 자칫 정책 당국자들의 판단을 흐리고 잘못된 정책을 만들게 한다. 가계빚 관련 통계가 가계동향조사 밖에 없다면 6만6000원도 안되는 이자비용을 보고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다.

정부 관계자는 "빚이 없는 사람까지 평균을 내다보니까 금액 자체는 의미가 없어졌다"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추세 등을 보다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계빚에 대해 정부가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통계청이 빚이 있는 사람만 별도로 통계로 만들어 발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잘못된 가계빚 통계가 한국형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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