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뽑아줬더니 장관으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9.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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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각으로 지역구 대표 사라져 대의민주주의 '무색'

임태희·주호영·최경환. 9·3 개각에서 입각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다. 임 의원은 노동부 장관에, 주 의원은 신설된 특임장관에, 최 의원은 지식경제부 장관에 각각 내정됐다.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꺼번에 3명의 의원이 입각한 데 대해 대의민주주의 원칙이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7월 개각에서 입각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과 올해 1월 임명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해 현재 정치인 출신 장관은 모두 5명이다. 전체 16명 장관의 3분의1에 이른다.



이 장관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관행에 따라 입각과 동시에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 장관의 의원직은 비례대표 다음 순번인 이두아 의원이 넘겨받았다. 반면 지역구 의원인 전 장관(경기 광명을)은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한 채 장관직을 겸직하고 있다. 이번에 내정된 임 의원(경기 성남분당을)과 주 의원(대구 수성을), 최 의원(경북 경산청도)도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에 임명되면 국회의원 겸 장관이 된다.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정치체제가 대통령제를 원칙으로 하되 의원내각제 요소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43조를 보면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관련 법률인 국회법 29조에서 '국회의원은 지방공무원, 대통령, 헌법재판소재판관, 교원 등을 제외한 다른 직을 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관이나 총리 등 국무위원의 겸직이 허용된다는 얘기다.



국회의원 사이에서 장관직 인기가 높은 것은 무엇보다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해당 부처의 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면서 국회의원으로 입법한 법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입법과는 다른 행정 분야의 실무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지역구 대표 일을 하라고 뽑아줬더니 느닷없이 '버림받은' 모양새다. 지역구마다 국회의원 1명만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지역 현안을 반영할 유일한 대표가 사실상 사라져버린 셈이다. 게다가 보궐선거도 할 수 없다.

비례대표 의원 역시 특정 직능의 전문성 등을 감안해 선정하는 특성상 장관이 돼 사퇴하면 해당 분야의 이해를 반영치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여의도 정가 일각에선 "의원들이 청와대만 바라보면서 장관직 하나 안 떨어지나 목메고 있다"며 행정부와 입법부간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자조 섞인 우려도 나온다.


최근 국회의장 직속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이원정부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개헌복수안으로 제출했다. 4년 중임제는 의원내각제 요소를 없애고 순수 대통령제 요소를 강화해 정·부통령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의 역할을 담당하고 부통령제를 도입해 대통령 궐위·사고시 부통령이 권한을 대행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국회의 권한 강화를 위해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삭제하고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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