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달러 가치가 두드러지게 떨어지면서 기축통화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주요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76선까지 내려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시장에선 반대급부로 엔화나 유로화 가치가 급상승했다. 대체재인 금은값도 치솟아 달러약세 현상을 부추겼다.
사실 기축통화를 둘러싼 각국의 충돌은 역사가 오래다. 본격화한 것은 지난 2002년부터다. 전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도 추세적으로 줄었다. 그러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달러중심의 경제질서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년이 남긴 교훈 중 가장 큰 것으로 외국자본 유출입을 꼽았다. 이 총재는 "한국은 자본유출입 규제를 철폐했는데 자본이 많이 들락날락하면 국내주식과 금리, 환율, 금융기관의 건전성에까지 영향을 많이 미친다"며 "외국자본의 유출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관리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국제정치 논리까지 더해졌다. 중국과 유럽 등 '차기' 기축통화 국가들이 선봉에 섰다. 중국은 지난 4월 G20회의에서 기축통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을 꺼냈다.
한은 관계자는 "여기에도 중국의 의도는 다분하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점진적으로 SDR을 위안화로 바꾸려는 전략이 깔렸다"고 풀이했다. 실제 중국은 위안화표시 채권발행을 급격히 늘렸고 변방무역에선 위안화로 결제를 의무화하는 등 미미하게나마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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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높은 달러의존도가 뼛속깊이 자리잡고 있어 통화전쟁이 단기에 끝나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기축통화 축은 가랑비에 옷젖듯 서서히 이동해 새로운 경제구도가 형성될 거라는 데 이견은 없다. 미국의 경제회복속도 혹은 달러가치 하락속도도 변수가 될 걸로 보인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어느 특정 국가의 통화로 갈 거라는 전망은 아직 이른 것 같다"며 "그 결론이 나기 전까진 과도기적으로 다극적인 기축통화 시스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