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안갚아도 되는 법? 금융권 "전전긍긍"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9.09.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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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입법예고 통합도산법 "지나쳐"

법무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개정안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은 과도한 채무상환 부담을 줄여 회생을 돕자는 취지나, 지나치게 채권자의 권리를 제한해서 문제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무부는 올 7월 통합도산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통합도산법은 채무상환 능력이 없는 기업과 개인의 회생을 돕기 위한 법이다. 기업과 관련된 개정안은 국회에 상정됐으나 진척이 더딘 탓에, 법무부가 개인 채무자에 해당하는 부분을 먼저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된 개정안은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5년→3년) △담보부채권의 변제계획안 포함(10년 이상 장기 상환 허용 등) △불법적인 채권추심 근절방안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는 채무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회생을 돕기 취지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금융권은 그러나 채권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줄여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26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별제권에 관한 부분이다. 별제권은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로, 근저당 등이 해당된다.

개정안에는 "채무자 회생에 문제가 있다면, 금융기관들이 주택대출과 관련해 보유한 별제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개인이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금융기관들이 연체된 주택대출을 회수할 수단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채무자들은 주택대출 장기상환 계획서만 제출하면 된다. 현재는 회생절차를 신청해 금융권 채무 재조정을 받으려면 부동산 자산 등을 먼저 처분해야 한다.

회생절차를 신청한 채무자의 변제기간 단축도 논란거리다. 현재는 채무자들이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소득으로 5년까지 빚을 갚도록 하고 있으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3년으로 줄어든다.



예컨대, 은행대출 1억원을 연체해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월 100만원씩 5년간 상환하기로 했다면 총 6200만원을 갚아서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런 채무자라면 개정안 시행 후 월100만원씩 3년간, 3600만원만 갚아도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정인이 시행되면 채무자의 상환의무가 크게 줄어들고, 극심한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출받은 후 곧바로 이를 갚지 않겠다는 고객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채무탕감을 목적으로 회생절차를 이용하는 채무자가 급증할 수 있다"며 "채무면제에 따른 손실이 커지면, 은행들이 정상적인 대출도 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들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한 채무자들의 최장 변제기간(무담보채권 기준)을 최장 10년까지 하고 있다. 미국, 영국은 5년이며 독일 6년, 오스트리아 7년, 프랑스 10년 등이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3년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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