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부자들 "주식보다 금"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9.1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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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들 "금값 1온스당 1200달러까지 갈 것"

"얼마 전에 주식과 펀드를 정리해서 30억 원 정도의 현금을 쥔 주거래 고객을 만났는데, 그 자금을 단기로 안전하게 운용하고 싶다는 말을 하더군요. 당분간 주식과 펀드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A은행 강남지역 PB팀장)

"요즘 이쪽 동네 자산가들은 펀드에 관심이 없습니다. 은행 금리보다 조금 높은 안전자산을 선호하죠. 일부 고객들은 부동산보다 금을 비롯한 원자재 투자를 문의하고 있습니다."(B은행 잠실지역 PB센터 관계자)



요즘 강남부자들 "주식보다 금"


서울 강남권 프라이빗뱅킹(PB) 센터 관계자들은 10억 이상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들이 요즘 투자 전략을 예전보다 더욱 보수적으로 짜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 PB들은 자산가들 사이에선 이미 주가가 고점을 찍었고, 강남권 재건축 아프트 가격도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이 곧 조정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들이 단기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 잠실PB센터 김치홍 부지점장은 "안전하면서도 은행의 예금 상품보다 수익률이 2∼3%P 높은 상품을 찾는 자산가들이 많다"며 "이들은 확실한 투자처가 나타나면 바로 자금을 투입할 수 있게 무조건 짧게 운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고액 자산가들은 요즘 1년짜리 정기예금뿐 아니라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지수연계예금(ELD)은 물론 우량 회사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상품 등 은행 금리보다 높은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금과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에도 큰 관심을 보이며 거래 은행에 문의를 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1온스 당 1000달러를 돌파한 금값이 올해 안에 12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함형길 하나은행 압구정 PB센터장은 "국내·외 펀드에 묶인 자금이 아직도 많지만, 자금을 이미 유동화 시킨 고객들은 MMF를 비롯해 단기로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한다"며 "주식이나 펀드 쪽에는 당분간 눈을 안 돌리고 자금을 짧게 운용한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하면서 예금 금리보다 약간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들은 모두 이들의 투자처가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통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됐던 상가투자는 인기가 시들해졌다. 경기 회복신호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상가투자 심리는 바닥이다. 아파트를 제외한 빌딩 등 일반 건물 가격은 매력적일만큼 상당히 떨어졌지만 매수세가 없다.

한편 일부 자산가들은 여전히 주식이나 펀드를 선호하고 있다. 과거 경험에 비춰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며, 투자 기간을 짧게 잡고 있는 게 특징이다. 현재 경기 전망은 엇갈리고 있지만 앞으로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국민은행 강남지역 한 PB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펀드로 크게 손실을 본 일부 고객들이 과감히 환매를 한 후 주식에 투자해 원금 회복은 물론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며 "이런 고객들은 일단 목표수익률을 낮춰가면서 단기로 주식이나 펀드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강남 PB센터 안원걸 차장은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고객들이 공부도 많이하고 더욱 똑똑해졌다"며 "IMF를 비롯해 몇 번의 학습을 했기 때문에 예전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주식이나 펀드, 원자재 등 본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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