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종플루 공포와 테마주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9.09.1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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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인플루엔자 환자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이같은 공포를 반영해 발빠르게 단기테마주을 양산해 냈다. 신종플루 테마는 백신과 치료제 등 제약·바이오회사에서 손세정제, 마스크와 같은 예방제품 관련 종목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신종플루 테마주중 압권이라 할만한 회사는 코스닥 상장사 파루 (607원 ▼3 -0.49%)다. 태양광 사업이 주력인 이 회사는 손세정제 하나로 신종플루 관련주로 편입되면서 최근 10거래일 중 9거래일 동안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런데 신종플루 관련주로 구분된 이 회사의 생활환경사업부문 매출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6.8%인 11억원에 불과하다. 이런데도 신종플루 수혜주로 지목되면서 시가총액은 300억원대에서 최고 1500억원대로 5배 가량 늘었다.

 주가가 급등하자 이 회사는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나섰다. 8일 장마감후 이회사는 309억원(840만주)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와 주당 0.4495주의 무상증자를 동시에 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 공모가는 3680원으로 8일 종가 9570원의 38%에 불과한 값이다. 회사는 이렇게 조달한 돈으로 빚도 갚고 원자재도 사겠다고 밝혔다.



공모규모도 주가가 급등하기 전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증 영향으로 이날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했다. 매도잔량도 500만주 가량 쌓였다.

 회사 측의 이번 유상증자로 마지막에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게 생겼다. 지금까지 9일이나 상한가를 기록했으니 하루 쯤 더 상한가를 기록하면 팔아서 수익을 내겠다고 생각한 투자자들도 있을 것이다.

 펀더멘털 면에서 주가 상승에 큰 이유가 없으면서도 산이 높은 종목은 골도 깊었던 사례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특히 신종플루처럼 계량화가 힘든 재료는 거품이 묻기 쉽다.


 바이러스·테러 등의 위협과 관련한 대형 공포들이 갈수록 늘고 있고, 이를 부추겨 이익을 챙기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공포'는 정상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공포는 손실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공포를 이기고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좀 더 냉정하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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