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놀이지도사로 제2의 삶을 시작한 김수영 씨가 베란다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고추를 자랑하고 있다.ⓒ이경숙 기자
김수영 씨(44)도 올해 초까진 경력 단절 여성이었다. 결혼 18년차인 그는 한 번도 취업 경험이 없었다. 큰 용기를 내어 열고 들어간 여성인력개발원의 문 안에서 그는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를 찾았다. 그의 가정엔 녹색 평화가 깃들었다.
◇친환경놀이지도사로 제2의 인생=김씨는 '친환경놀이지도사'다. 한국베이비시터협회가 제공하는 사회적일자리에서 일한다.
김씨는 이 일을 하면서 '일하는 기쁨'을 배웠다. 다른 아이들을 보듬는 법도 배웠다. 그러는 사이, 두 아이를 고등학생 중학생으로 키워낸 후 그를 휘감았던 우울이 날아갔다.
그는 때로 정해진 시간보다 길게 머물다가 온다. 저녁 6시 이후 수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덕분에 그는 초과수당을 받기도 한다. 그의 급여는 월 80만~90만원. 그는 "아이들 학원비는 보탤 수 있다"면서도 "더 크게 얻은 건 돈보다는 기쁨"이라고 말했다.
↑김수영 씨의 베란다 텃밭.
퇴비 1천원과 500원짜리 모종,
2천원짜리 씨앗으로도 도시
농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경숙 기자
퇴비 1천원과 500원짜리 모종,
2천원짜리 씨앗으로도 도시
농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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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로 힘들 때, 엄마한테 혼났을 때 딸 아연(17)이, 아들 효근(14)이는 김 씨가 베란다에 가꾼 텃밭정원으로 가서 하소연한다. 보리 새싹, 튼실한 고추, 오동통한 방울토마토, 현미벼 '흑저도'에게 중얼거린다. '나 오늘 힘들어.'
"제가 토종벼 모종을 화분에 심으니 애들이 '와~ 벼가 이렇게 생겼어요?'하면서 신기해해요. 새싹 재배기를 끼고 바닥에 드러누워 '잘 자라라' 하고 말도 걸고요. 저도 애들이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어요. 큰 애한테 아토피가 있어서 그동안 집안에선 애완동물이나 화초를 키울 수 없었거든요."
부식비도 줄었다. 고추, 쑥갓, 부추 따위 채소는 베란다에서 따오면 되므로. 물론, 모두 유기농채소다. 그의 유기농 텃밭정원에 들어간 돈은 퇴비값 1000원, 모종값 몇천원, 씨앗값 몇천원이 전부였다.
"화원이나 시장에서 고추 모종, 토마토 모종은 하나에 500원 정도 해요. 고추는 워낙 잘 커서 2그루만 있어도 네 식구가 한 해 동안 충분히 따먹을 만큼 나와요. 쑥갓, 부추도 2천원짜리 씨앗 서너 봉지면 반찬 걱정 없어요."
키운 채소로 비빔밥을 하든, 반찬을 하든 아이들은 직접 키운 정성이 아까워 남김없이 다 먹는다. 김씨 역시 "옛날에 어른들이 쌀 한 톨도 흘리지 말라"고 말한 이유를 지금에야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생명의 귀함을 함께 깨닫고 있는 것이다.
"(베란다 텃밭이 생긴 후) 순간순간이 달라졌어요. 없으면 몰라도 있으면 느낄 수 있어요. 사실 채소이나 새싹을 키운다는 게 별거는 아니거든요. 생활비를 많이 줄여주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사서 먹는 것과 키워 먹는 건 천지차이에요."
텃밭정원 가꾸는 법에 대한 정보는 사회적기업 흙살림 사이트(www.heuk.or.kr)의 '현장 속으로' 코너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이트(www.nihhs.go.kr)의 '일반인을 위한 정보' 코너에서 얻을 수 있다.
친환경놀이지도사가 되려면, 한국베이비시터협회(02-535-0173)로 문의하면 된다. 백혜숙 회장은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자연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여자, 남자, 나이 불문하고 친환경놀이지도사에 도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흙살림 새싹 재배 키트, 숲소리 교구는 이로운몰(www.erounmall.com), 에코11번가(www.eco11st.com)에서 구매할 수 있다.
↑붙박이식 화단으로 꾸민 텃밭정원. ⓒ흙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