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끌고 신·기보 밀고..'위기 출구' 안내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9.09.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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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1년] <4>서포터즈 맹활약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22일 아침 7시 30분.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7개 은행장을 긴급히 '소집'했다. 정부 독려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대출을 줄인 데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다.

김 원장은 작심한 듯 "7개 은행 중 3곳이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일하다 실수한 것은 용납 되지만 일 하지 않고 '어부지리'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은행장들의 표정은 이내 굳어졌다.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치솟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과 떨어지는 자기자본비율까지, 무엇하나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되레 대출을 줄여야 할 판이었다.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와 '중소기업 지원'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이때 전·후방에서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기보가 '서포터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해법은 '부실채권 매입'과 '100% 보증서 발급'이었다.

#올 4월 2일 영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 앞에서 부실채권 정리 우수 사례로 캠코를 언급했다. 회의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실은 기고문에도 위기극복 해법으로 '자본확충'과 '부실채권 정리'를 들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불어나는 부실채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부실채권을 사들일 기관은 전무했다. 세계의 이목은 이름도 생경한 캠코에 쏠렸다.

캠코는 외환위기 경험을 밑거름으로 삼았다.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이번엔 '유비무환'식이었다. 경제 불안의 '뇌관'이던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 1조7000억원을 인수했고, 우리·신한은행 등에서 부실채권을 상반기에만 1조2767억원을 사들였다.

40조원의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은행권 PF채권 8164억원(6월말)을 인수했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도 손을 뻗을 계획이다. 4조원 규모로 선박펀드도 만들었다. 자금난을 겪는 해운사의 배를 사주고 다시 임대해 주는 방식이다. 1차로 62척을 대상으로 선정, 17척을 샀다. '본업'과 거리가 있는 터라 전문가도 영입했다. 실무자는 "배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배가 부산항에 들어오는 때마다 직원이 지방 출장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추인수 신보 강남지점 차장은 올 1월말부터 5월까지 '아찔'하게 보냈다. 보증 신청서는 쌓여가는데 인력은 턱없이 적었다. 밤 12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과로로 쓰러지는 직원이 나오자 한때 밤 11시에 전산을 막기도 했지만 '임시방편'이었다.

꼬박 일해도 보증서 발급까진 2주에서 1개월이 걸렸다. 추 차장은 "심사 기준에 못미쳐도 막무가내로 보증서를 발급해 달라는 업체도 많았고,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기 보증'을 받으려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걸러내는 작업에 손이 많이 갔다.

사실 신·기보의 100% 보증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보증은 최대 85%까지였다. 대출이 부실화되면 85%는 보증기관이 떠안고 나머지는 금융기관이 책임지는 구조다.

하지만 은행들이 15%의 책임마저 피하려 대출을 해주기 않았다.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아우성인데 선듯 나서지 않은것이다. 결국 보증기관이 100% 보증을 해 '돈줄'을 풀게 했다.

은행에게도 득이었다.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이 신보에 출연금을 내놨다. 출연금의 12배에 해당하는 보증이 가능한 탓이다. 여기에 은행이 금리를 감면해주고 신보가 보증료를 깎아주면서 중기 대출의 물꼬가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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