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송式 '공기업 개혁' 시동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장시복 기자 2009.09.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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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공사, "헤쳐모여…능력위주 인원 선발"

공기업선진화의 상징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안으로는 16년간 통합논란으로 선의의 경쟁보다 반목이 깊어진 양 공사의 조직융합 문제와 함께 총 정원의 24%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부채규모가 85조원에 달하는 거대 공기업의 재무구조를 어떻게 안정화시킬지도 관건이다. 밖으로는 정부의 핵심정책인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 이같은 막중한 책임이 이제 민간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지송(사진) 사장 손에 맡겨졌다.
이지송式 '공기업 개혁' 시동


◇"헤쳐 모여"=한국토지주택공사의 본사조직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12개의 본부가 6개의 본부로 축소되는 것이다. 이 사장은 슬림화된 조직에 토공사람, 주공사람 갈라서 조직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아예 처음부터 양 공사 직원이 한데 어우러진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새로 신설되는 보금자리주택본부가 대표적인 예다. 택지개발에서부터 주택공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한 본부에서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양 공사 출신이 반목해서는 성공시킬 수 없는 조직이다.

이 사장은 "모든 인사명부를 재정리하고 처음부터 조직을 '헤쳐 모여식'으로 진정한 통합을 이루겠다"며 "토공출신 1명, 주공출신 1명 쓰는 산술적인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내쫓기는 일은 결코 없을 것"=통합공사 조직의 인력은 오는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정원 7367명의 24%(1767명)가 감축된다. 이 사장은 정부와 협의된 사항인 만큼 인력 감축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양 공사의 노조가 반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정부가 결정한 원칙대로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인력 구조조정 폭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기능조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 노조와 수차례의 대화를 통해 통합에 따른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충분히 협의해서 반발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며 "보금자리 주택관련 인원도 충원되고 자연감소, 자회사 인력배치 등도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하고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인사 원칙도 분명히 서 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임직원에 대한 평가는 능력과 성과위주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게 이 사장의 뜻이다.

◇"경영의 최우선과제는 재무구조 개선"=토지주택공사는 자산 105조원 규모의 거대 공기업으로 재탄생되지만 85조원에 달하는 부채로 부실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으로 오는 2014년에는 금융부채만 1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이유로 이 사장은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그나마 악성부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경영의 최우선 과제를 경영합리화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뒀다. 이를 위해 '재무개선 특별조직'을 구성할 방침이다.

우선 각 조직의 부채의 내용과 경영부실 원인에 대해 샅샅이 분석,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또 16조원에 달하는 미분양 주택과 토지를 조기에 매각, 강력한 자구책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통합공사가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통합공사가 해야 할 사업 중에는 상충된 일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어떤 것을 우선한다는 건 없고 이에 대해선 좀 더 원인과 대책을 찾아보고 다시 묘안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송式 '공기업 개혁' 시동
◇"희생없는 변화와 개혁은 없다"=이 사장은 지난달 27일부터 통합공사 설립준비단 사무실로 출근을 시작하면서 주 식사 메뉴가 햄버거로 바뀌었다. 공사 출범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가롭게 밖에서 식사를 할 틈도 없다는 것이다. 즐겨하던 근교의 등산도 중단했다.

그만큼 각오도 비장하다. 이 사장은 "희생없는 변화와 개혁은 없다. 솔직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물리적 통합은 쉽지만 용광로에 녹여서 하나의 회사로 만들긴 어렵다. 마음을 열고 정도를 가겠다. 직원들과 마음을 터놓고 마주하겠다. 통합공사를 정상화시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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